지난 8월3일부터 5일까지 교보생명과 함께하는 ‘더불어 행복하기’ 2차 캠프가 엘리엘 동산에서 열렸습니다. 중고등학생들로 이루어진 청소년 봉사자들과 이곳에 지내고 있는 장애인들, 프로그램의 원활한 진행을 이끌어 줄 대학생 스태프들, 그리고 기관의 스태프들까지 총 56명의 참가자들이 4개의 조를 이루어 2박 3일 동안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행복하기’ 청소년자원봉사캠프의 가장 큰 특징은 봉사자들과 장애인들이 함께 짝을 맺어 주체적으로 캠프의 프로그램들을 해결하면서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길러나간다는 점입니다.

▲     © 교보교육재단

   2일차에 살펴본 캠프의 첫 모습은 설렘 그 자체였습니다. 연두색 티셔츠를 입은 청소년 봉사자들과 장애인 참가자들 그리고 보라색 티셔츠를 입은 대학생 스태프와 엘리엘 스태프 참가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재활용품을 가지고 저마다의 작품들을 만드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알록달록한 종이와 잘 그려진 그림들을 작품에 붙이면서 서로 웃고 장난치는 왁자지껄한 모습에 마치 중학교 시절 미술시간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마지막에 서로를 평가하며 최우수 작품을 선정하였지만 그 시간 속에서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한 데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뜻 깊은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후에는 캠프에 참여하지 못한 중증 장애인들을 위해 토스트와 팥빙수를 만드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봉사자들은 장애인들과 의견을 나누며 토스트에 넣을 재료의 종류와 양을 결정했습니다. 토스트를 한가득 만들고 나서 더위를 식혀 줄 팥빙수도 함께 만들었습니다. 간식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장애인 참가자들의 의견을 계속해서 묻고 배려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또 청소년 봉사자와 장애인 참가자 뒤에서 간식을 위한 재료들을 준비해주는 스태프들의 노력도 숨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간식들은 아래층에 있는 각각의 방들에 배달되었고, 간식을 받은 장애인들은 연신 ‘감사합니다.’를 반복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습니다.

   저녁 외식 메뉴를 걸고서 각 조별로 4개의 미션을 수행하게 되는 ‘저녁 식사권을 잡아라!’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강당에서는 제한 시간 내에 간단하지만 협동심을 필요로 하는 게임들이 준비되어 있었고, 그 시각 건물 밖 운동장에서는 조원이 던지는 물 풍선을 소쿠리로 받아내는 것과 물총으로 새어나오는 물을 온전히 받아내야 하는 미션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미션 성과에 따라 저녁 메뉴가 결정되는 만큼 참가자들은 매우 의욕적으로 미션에 임했습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계속 줄넘기 줄에 걸리고, 소쿠리가 아닌 바닥으로 떨어지는 물풍선에 온 몸이 젖기도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 참가자들의 움직임에도 조원들 모두 어느 하나 찡그린 표정 없이 웃으며 서로를 응원하며 독려했습니다. 덕분에 어느 한 팀의 낙오도 없이 즐거운 저녁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     ©교보교육재단

   캠프에 참여한 이들의 순수한 모습에서 느껴지는 짧고 강한 이질감은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의 다름을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장애인들을 쉽게 단정 짓고 피하는 것은 스스로를 작은 세상에 가두는 일일 것입니다. 더불어 행복하기 캠프에 중학교 1학년 때부터 4년 째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는 이승훈 군은 캠프를 마치고 느낄 수 있는 뭉클함과 뿌듯함이 자신을 계속 캠프에 참여하도록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어려서부터 봉사를 좋아했지만 더불어 행복하기 캠프만큼 가족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찾기 힘든 것 같아요. 아직 제 주변에는 장애인들을 어렵게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무엇보다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단 하루만 함께 해보아도 생각이 많이 바뀔 거예요. 아직까지 이렇게 좋은 기회를 접하지 못한 친구들이 있다면 이 캠프에 지원해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대학생 스태프로 참가한 권영우 씨는 24살의 나이에 사회복지학이라는 적성을 찾아 이번 캠프에 지원하게 되었는데 무엇보다 이 캠프를 통해 너무도 행복했다고 합니다.

  스태프로 일하는 것 역시 봉사캠프에 적극적인 참여라고 생각해요. 제가 겪었던 기존의 봉사들은 쓰레기를 줍거나 청소를 하는 데에 그쳤지만 더불어 행복하기 캠프는 참가자들과 함께 소통하는 데 중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에서 매우 즐거웠어요. 그리고 스태프로서 중간에서 장애인 참가자와 청소년 참가자들과 함께하면서 개선해야할 점을 발견하고 이것들을 직접 수정해나갈 수 있다는 것도 매우 매력적이에요. 다음에도 꼭 참여할 거예요!

   오후 일정을 마치고 잠시 내려와 앉아 쉬는 동안에 3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어느 장애인 남성이 옆으로 다가와 창가 아래 나란히 놓인 주먹만한 두 개의 공예작품을 스윽 가리켰습니다. 그 안에는 두 갈래의 작은 초록색 잎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이거 제가 만들었어요.’ 살짝 어눌한 발음이었지만 자신이 만들었음을 밝히고 이내 머쓱한 웃음을 짓는 그의 얼굴은 무엇보다 순수하고 상냥하였습니다.

   ‘장애인 분들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네 번의 캠프에 참가하면서 매번 그들의 능력에 놀라곤 해요. 전 비장애인인 사람이 잘할 수 있는 일과 장애인인 그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이 다른 것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어떤 편견이 되어선 안 되겠지요.’

   폭염을 떨쳐내기 위한 피서가 한창인 8월, 경기도 이천의 자그마한 산자락 아래 자리 잡은 엘리엘 동산에는 여름의 무더위마저 피해 간 것처럼 사람들의 시원한 웃음소리 끊이질 않습니다. 웃음소리를 머금은 푸르른 벼들은 뜨거운 태양을 받아내며 서로 나부끼며 지난  밤보다 더 자랐고 또 그렇게 자라고 있습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라인

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