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칼럼

김지영(숭실대학교 베어드학부대학 조교수) / 「다섯 가지 미래교육 코드」 저자

4차 산업 혁명과 미래 역량 : 우리는 어떻게 ‘되어가야’ 하는가?

김지영(숭실대학교 베어드학부대학 조교수) / 「다섯 가지 미래교육 코드」 저자

I. 되어가기 Becoming의 시대

 

"현재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내용의 80~90%는 이 아이들이 40대가 됐을 때 전혀 쓸모없을 확률이 크다. 어쩌면 수업 시간이 아니라 휴식 시간에 배우는 것들이 아이들이 나이 들었을 때 더 쓸모 있을 것이다.”

 

이렇게 도발적인 발언을 한 사람은 바로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입니다. 유발 하라리가 내한 당시 기자 간담회에서 인공지능 혁명을 경험하게 될 미래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가장 중요한 기술로 다음의 두 가지를 이야기 했습니다.

 

1. 어떻게 해야 늘 변화하면서 살 수 있을 것인가?

2. 어떻게 해야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직면하며 살 수 있을 것인가?

 

흥미롭게도 유발 하라리가 제시한 중요한 기술은 어떤 특정 기술이 아닌 바로 질문입니다. 미래 사회에서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지면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한 미래 기술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는 말이죠. 결국 미래를 개척해 가는 인간은 변화의 파도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자연스럽게 탈 수 있어야 하고, 그 파도를 타기 위해 필요한 탈 배움(Unlearning) 및 새로운 배움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유발 하라리가 강조한 이 두 가지는 <인에비터블 미래의 정체>라는 책에서 케빈 켈리가 소개한 되어가기(Becoming)와 일맥상통합니다. 케빈 켈리는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 인간은 어쩔 수 없이 계속 되어가는 Becoming 상태에 머물게 되고, 빠른 속도로 업데이트 되는 지식과 기술의 발전 속에서 새내기로 남을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새내기로 남아야 하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능력은 얼마나 되어가기를 지속적으로 잘 하느냐입니다.

 

“미래는 이미 여기 와 있다. 다만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 (The future is here, it’s just not widely distributed yet).”

 

과학소설가인 윌리엄 깁슨이 한 말인데, 4차 산업 혁명이 우리 앞에 바짝 다가왔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되어가기를 실천해나가야 할까요? 되어가기를 잘 하기 위해서는 우선 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우리는 통찰력을 가지고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공지능에 빅데이터, IOT, 모바일, 클라우드가 융합하는 지능정보기술이 핵심이 되는 4차 산업시대에는 모든 것이 연결되고 보다 지능적인 사회로 진화하게 될 것입니다.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작동하는 자율주행자동차, 수요를 예측하고 맞춤형으로 생산하는 스마트 공장, 스스로 문제를 예측하고 해결하는 스마트 홈, 스마트 도시가 구축이 될 것입니다. 기술로 진보된 사회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지능정보기술의 발달이 가져올 일자리의 변화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는 앞으로 5년 내 선진국에서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며, 현재 초등학교 저학년인 학생들의 경우 65%는 미래에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대해 쏟아져 나오는 얘기들을 들으면서 머리 속에 ‘4차 산업 혁명 = 기술의 혁명 =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남은 시대’ 라는 공식이 그려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때 그 바람에 무작정 몸을 맡기고 따라가기 보다는 변화의 바람을 좀 깊게 관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계가 인간만큼 지능화 되는 시대, 새로운 지식이 빠른 속도로 만들어지고 또 사라지고, 클릭 몇 번으로 원하는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에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 키워야 할 능력은 단순하게 ‘기술’이 아닙니다. 앞서 유발 하라리가 주장한 것처럼 우리 아이들이 키워야 할 능력은 변화를 타는 능력입니다. 케빈 켈리가 주장한 것처럼 변화를 타면서 되어가는 Becoming 하는 능력입니다.

 

II. 다섯 가지 미래 교육 코드로 Becoming하라.

 

미래 변화의 문을 잘 열 수 있는 코드로 저는 다음의 다섯 가지 미래 교육 코드를 제시하고 싶습니다. 미래를 준비해 나가는 우리 청소년들이 꼭 길러나가야 할 역량입니다.

 

1. 자기력: 나를 디자인 하는 힘을 키워라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서는 뿌리가 깊은 나무들이 잘 견디는 것처럼, 변화와 혼란이 많은 시대에는 흔들리지 않는 자기력을 갖추는 것이 큰 힘이 됩니다. 자기력은 한마디로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발전시키는 능력입니다. 자기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원을 그릴 때 사용하는 컴퍼스의 중심점을 ‘나’로 잘 잡고 자신의 인생을 그린다는 의미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기존의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며, 평생 동안 몇 번이나 직업을 바꾸어야 하는 시대에는 내가 원하는 일을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는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비슷함이 아닌 차별성이 요구되고, 학벌이나 스펙보다 개인이 가진 능력 발휘가 더 중요해지는 미래 사회에서는 ‘자기’라는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한 자원을 멋진 브랜드로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들지만 의미 있는 공부는 ‘자기 공부’입니다. 자기 공부가 잘 된 사람이 자신의 미래를 잘 디자인해 나갈 수 있습니다.

 

2. 인간력: 인간으로서의 통찰력을 키워라

 

4차 산업 혁명을 통해 앞으로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에 깊숙이 파고들게 될 것입니다. 기계는 인간과 유사한 능력을 더 가지게 될 것이며, 인간이 하는 많은 일들을 대체하게 될 것입니다. 미래에는 기계가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일들의 협력자가 될 것입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저력을 갖추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합니다. 인간이 가진 사고력, 감성력, 상상력이 더 빛을 발하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계들은 인간에게 원하는 정보와 답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그 정보와 답을 찾아내도록 기계에게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기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가진 진짜 문제나 욕구를 찾아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결국 통찰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나는 인간으로서의 저력을 갖추고 있는가?’ 이 질문을 우리는 끊임없이 해나가야 합니다. 인간으로서의 저력을 갖추고 싶다면 손에 늘 들고 있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세상을 자신의 눈으로 관찰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남의 생각에 댓글을 다는데 시간을 쓰는 대신에 나의 생각을 적어보는데 시간을 더 써야합니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정보를 찾는데 그치지 말고,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3. 창의융합력: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사고와 습관을 길러라

 

미래 사회에서는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일보다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에 더 많은 의미가 부여될 것입니다. 지식의 생산 자체보다는 지식의 재구성 및 활용에 대한 가치가 높아집니다. 그런데 미래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나 상황들은 매우 복잡 다양해질 것이므로, 기존의 방식대로 혹은 한 분야의 지식만을 활용해서 그것을 해결하기는 어려워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분야의 융합적 지식을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창의융합력이 중요해집니다. 창의융합력을 기르고 싶다면 자신이 아는 지식, 경험, 사람이라는 벽을 깨고 나가는 도전이 필요합니다. 소위 이질적인 것과의 만남에서 일어나는 ‘창조적 마찰’을 자주 경험하고, 융합적 경험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지식을 쌓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4. 협업력: 다름을 도움으로 만드는 능력을 길러라.

 

대부분의 지식이 공유되고, 사람들 간의 연결이 강화되는 미래 사회에서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줄어들 것이고, 네트워킹 및 협업이 필수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혼자 잘하는 능력보다 함께 잘하는 능력이 더 인정을 받게 될 것입니다. 미래에는 다름을 도움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 사람들 간의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사람, 다양한 사람들 간의 협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촉진자에 대한 요구가 많아 질 것입니다. 일 자체도 프로젝트를 위해 모였다 흩어지는 자유로운 방식이 많아질 것이고, 학습 또한 학습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방식이 보편화 될 것입니다. 협업을 잘 하기 위해서는 우선 다름에 대한 이해와 포용, 원활한 대인관계 능력 및 효과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협업의 장에 뛰어들어봐야 합니다. 그리고 협업의 장에서 ‘우리’가 되어보는 연습을 많이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5. 평생배움력: 배움을 지속 가능하게 하라

 

지식의 수명이 계속 짧아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계속 새로운 지식을 배워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호모헌드레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꼭 갖추어야 할 능력이 자신에게 필요한 배움이 무엇인지 알고, 그 배움을 위해 스스로 배움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능력입니다. 저는 이 능력을 배움 메타인지라고 부릅니다. 메타 인지는 ‘자신이 인지하는 것을 인지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데, 배움 메타인지는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학습을 계획하고, 실천하고, 모니터링 및 평가를 하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을 스스로 갖추고 있어야 배움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하는 시대에 발맞추어 자신의 지식을 계속 업데이트 할 수 있습니다. 평생배움력을 갖추고 싶다면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배움이 무엇인가?” “나는 그것을 배워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해보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을 습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이 시키는 공부, 남들이 하니까 따라하는 공부, 단기 시험목표를 위해서만 하는 공부에만 익숙해져서는 평생배움력을 키울 수 없습니다. 단거리 배움이 아닌 장거리 배움을 할 수 있는 지구력과 함께 새로운 배움에 대한 호기심을 길러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 청소년들이 갖추어야 할 미래 역량인 다섯 가지 미래교육 코드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고은의 ‘순간의 꽃’이라는 시 중에서 제가 좋아하는 구절을 나누어 볼까 합니다.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 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제가 <다섯 가지 미래 교육 코드>라는 책을 쓰면서 미래 교육을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그리고 교육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이 시에 담겨 있습니다. 어디로 향하는지 모른다면 빨리 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이탈리아 속담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열심히 노를 젓고 있는데 노를 열심히 젓다보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기 쉽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젓고 있는 노를 내려놓고 주변을 돌아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 변화는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것이 나의 교육 방법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말입니다. 아무쪼록 이 짧은 칼럼이 넓은 물을 돌아다보게 하는 작은 기회가 되었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무리합니다.

 


 

김지영

- 현) 숭실대 베어드학부대학(교양대학) 교육학 전공 교수/ 숭실대 교육개발센터 책임교수

-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 (전) 일리노이 주립대 교육혁신센터 교육 전문가

- 일리노이 주립대 교육심리학 박사

- <다섯 가지 미래 교육 코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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