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열며

매주 400여 편의 항공기가 한국과 일본을 오간다. 내가 관심 있는 환경교육 분야에서도 일본과의 교류가 근래 들어서 부쩍 늘었다. 평화운동, 마을 만들기, 습지보전, 에너지문제 등 다양한 시민운동분야에 이르기까지 한일 NGO사이의 교류는 지속되고 있다. 특히나 이번 후쿠시마원전사태를 계기로 에너지문제에 대한 연대도 심화되고 있는 중이다. 필자는 작년 봄까지 4년을 일본에서 생활하였다. 목적은 일본 환경교육의 이해를 통하여 그동안의 개인적인 환경교육 실천을 다시 한 번 반성해보고 나아가 우리사회의 환경교육전망을 조망해보고 싶어서였다. 2003년 후쿠오카에서 일본이라는 나라를 처음 접한 이후 일본사회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나의 코드는 막연한 오해나 반감에서 호기심으로 변화되면서 일본시민사회탐구는 시작되었다. 일본 환경교육현장에서 느꼈던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일에 대한 지속성과 열정․끈기를 배워서 우리나라 사회․학교환경교육에 대한 도전에 자양분을 만들고 싶었다.

리우회의 이후의 일본의 변화

일본에서는 92년 리우회의1)를 계기로 지구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인식하여, 종래의 「공해대책법」을 대신하여 「환경기본법」의 제정(1993년)이라는 형태로 환경행정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동법 제25조에는 ‘환경 보전에 관한 교육·학습’ 등에 대한 환경교육의 내용이 법률에 처음으로 명기되었다. 또한, 제26조에는 ‘민간단체의 발전적인 활동을 추진한다.’ 는 내용을 제창하였다

2009년 일본 지구의 날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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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배경 속에서 일본 중앙환경심의회는 ‘지금부터 환경교육·환경학습’(99년)이라는 과제의 환경교육의 지침을 정리하였다. 이것은 리우회의 이후 환경교육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교육(ESD)2)로 가는 세계적 흐름의 변화를 근거로 하여, 자국의 환경보전 중심의 ‘협의의 환경교육’에서 지구환경문제와 환경정의 등의 의제가 거론되는 ‘광의의 환경교육’으로의 의식 전환을 촉구하는 것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일본 환경교육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보고였다. ‘연결’이라는 키워드로 모든 주체와 정책, 장(場,Field),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연결, 지속가능한 사회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구체적인 추진 방침을 제시하였다.

또한, 리우회의를 계기로 일본정부가 설립한 「지구환경기금(99년)」3) 은 환경교육을 하려는 NGO와 시민의 환경보전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본래의 NGO활동은 회비와 기부를 중심으로 한 자체예산에 의해 꾸려져 재정상황이 대단히 빈약하였다. 그러한 상황아래서 지구환경기금은 NGO의 사회적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로서 일정의 역할을 발휘하였다.

「환경교육추진법」의 제정

요하네스버그 정상회의(2002년)에서 세계 각국은 일본이 제안한「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교육 10년(이하, 교육10년)」의 제안을 수용하였다. 이 회의 이후 환경기본법 제 25조, 26조를 근거로 하여 의원 입법절차를 거쳐 제정된 「환경의 보전을 위한 의욕증진 및 환경교육 추진에 관한 법률 (환경보전활동·환경교육추진법)」이 2004년 시행되었고, 기본방침에는 환경교육을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 제안이 녹아들어갔다. 동법은 환경성· 문부과학성· 농림수산성· 경제산업성· 국토교통성의 5개성이 담당하였고, 종래 환경교육에 관심을 갖지 못했던 정부부처가 환경교육분야에서 주체로 참여하게 되었으며 각부처간의 연결이 활발해지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교육10년」의 추진을 위해 내각과 관방을 중심으로 한 8개성4)이 관계정부부처간의 연락회의를 구성하고 국내 실시계획을 2006년에 작성하였다. 종합적인 환경교육인 ESD를 통하여 새로운 환경교육의 조직이 급속이 넓혀져 갔다.

NGO는 정부와 함께 「교육10년」을 제안하였고 네트워크를 조직하여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교육10년 추진회의(ESD-J)’를 2003년에 설립하였다. ESD-J는 환경뿐만 아니라 개발과 인권·평화·청소년·교육 등 다양한 주제로 정책제언과 구체적인 활동을 조직하였다. 그 외에도 「교육10년」추진의 일환으로 다양한 활동이 일어났다. 예를 들어 동경에 본부를 둔 ‘UN대학’은 대학을 중심으로 지역별로 ESD의 조직 거점(RCE)을 세우고, 환경성은 「교육10년」을 위한 국내 실시계획을 근거하여 전국14개소에 ESD모델도시를 지정하였다.

「NPO법」의 제정

환경교육에 대한 조직이 점점 확대되어지면서, 90년대 들어서는 자연체험활동

동경항 야조공원 버드 페스티벌 모습

관련단체가 활발히 활동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민간단체에 의한 자연체험과 환경보전활동은 98년 제정된 ‘특정 비영리활동 촉진법(NPO법)’의 입법으로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또한 복수의 정부부처가 연계하여 환경교육사업을 하여, 종래 상하관계중심의 행정의 관습을 타파하였고 하나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많이 알려진 성공적인 사례 중 한 가지는 「코도모(어린이)에코클럽」사업이 있다. 이것은 초․중학생에 의한 지역 내의 환경학습을 지원하기 위하여 환경성이 지자체와 함께 95년부터 시작하였다. 에코클럽은 지역에 뿌리를 둔 사회교육활동을 통해, 많은 학교가 참가하면서 초중학교 환경교육 지원 사업 기능을 수행하였다.

다양한 자연체험 프로젝트

건설성은 96년에 청소년들을 위하여「수변(水邊)의 학교」5)프로젝트를 실시하였다. 한편으로는 학교 주5일제(98년)가 정착되어 국토교통성·문부성· 환경성이 공동으로 「청소년들의 물가」 재발견 프로젝트(99년)6)를 시작하였다. 일본의 하천심의회의 지침은 ‘치수(治水)’와 ‘이수(利水)’ 라는 종래의 하천행정의 틀을 벗어나 하천법개정영향으로 하천을 환경교육의 장으로서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제언을 하였다. 현재는 국토교통성이 주도하는 「강에서 배우자! 연구회」가 조직되어, 수변 자연교육에 대한 전국운동이 전개되었으며 하천관리관계자와 NGO등이 연계되어 지도자 양성과 교육프로그램이 각지에서 열리고 있다.

<논의 학교> 벼로 꾸민 따오기 모습

농림수산성의 외곽단체인 ‘농촌환경정비센터’는 농업의 다면적 기능의 한가지인 환경교육에 초점을 맞춰「논 학교」7)사업(98년)과 「교육농장(2005년)」을 추진하였다.「논학교」는 밥을 생산하는 장으로서의 논이 지역주민의 연결고리의 역할, 사토야마8)로 대표하는 생태계보전의 역할, 농업이라는 지역경제의 활성화 역할, 쌀농사라는 문화전승의 역할 등에 대해서 제안하였다. 논은 환경·경제·사회·문화를 통합하는 종합적인 환경교육의 장이라 볼 수 있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한「교육농장」프로젝트 실시로 인하여 농업·임업·어업생산자와 지역 청소년들이 생산과정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성의「자연이 매우 좋아요. 클럽」(97년)과 환경성·문부성에 의한 「 어린이 파크레인져(99년)」등도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앞의 기술처럼 다양한 정부부처와 NGO가 자연교육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특히 문부성은 평생학습의 일환으로 청소년들의 자연체험을 더욱 넓히는 것을 도모하였고, 그 결과 2001년 사회교육법과 학교교육법의

일본 네이쳐게임협회의 숲속교실

개정과 맞추어서 청소년교육시설과 청소년자연체험활동의 조직을 촉진시켰다.

자연교육 관련 시민단체들이 연계하여 ‘자연체험활동추진협의회(CONE,2000년)’과 일본환경교육포럼(JEEF)의 지도자양성과 자연체험활동사업이 추진하였다. 현재 CONE의 등록지도자는 모두 25,000명이 넘어섰다. 한편, 환경교육 교재 개발 면에서도 미국에서 유명한 Project Wild, Project Wet, Nature Game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환경교육 거점시설의 건립

환경교육의 학습·정보수집·발신·지원기능을 가진 다양한 형태의 환경교육시설의 건립운동이 줄을 이었다. 일본 환경교육시설은 아래와 같이 4가지 형태로 분류가 가능하다. ① 자연형 시설: 자연관찰의 숲(88년), 야츠가다케 자연후레아이센터(94년)
② 도시형 시설: 이따바시구 에코폴리스센터(95년), 도쿄가스 원더쉽(96년)
③ 박물관시설: 치바현립 중앙박물관(89년), 이바라기현립 자연박물관(94년)등
④ 정보·교류계시설: 지구환경 파트너쉽 플라자(96년)

우시쿠 자연관찰의 숲 네이쳐센터

이런 시설 중에서 「자연관찰의 숲」9)으로 대표되는 자연계시설은 80년대에 조성이 되었고, 90년대 이후에는 생활계 환경문제와 관련된 ‘도시형 시설’ 등과 다른 영역간의 파트너십을 촉진하는 ‘정보·교류계 시설’, 환경교육의 중심역할을 하는 대형박물관 등이 정비되어졌던 것이 큰 특징이다.

학교 환경교육

문부성의「환경교육 지도자료」는 학교현장의 지침으로서 의미가 있었고, 환경교육은 각 학교의 재량권에 맡겨졌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서 문부성은 적극적으로 환경교육의 체계와 조직을 만들었다.

그 결과, 환경교육추진 모델 시정촌(93년) 과 교사 대상의 환경교육중앙연수(94년), 전국 환경학습축제(94년)등이 개최되었다. 학교환경교육의 추진을 위해 환경교육의 장 만들기와 환경부하 경감을 목적으로 한 다양한 활동이 전개되어졌다. 학교부지에 생물 서식공간을 설계한 비오톱 만들기와 자주적인 환경보전활동을 추진하기 위하여 ‘학교 환경ISO’ 등의 활동등도 많이 눈에 띄었다. 「에코스쿨 파이로트 모델사업」은 문부성에 의하여 시작하여, 현재 환경성· 농림수산성· 경제산업성을 포함한 4개의 정부기관의 연계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의 ‘에코스쿨사업’은 새로운 학교의 건축부문이었고, 2005년부터 시작한 환경성의 에코스쿨사업은 학교 시설의 개수 활용이 목적이었다.

제7하케다소학교의 에코스쿨수업 모습

일본의 제15기 중앙교육심의회(96년)는 현대는 미래가 불투명한 시대이며 지금부터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능력은 ‘살아가는 힘’에 있다는 것을 지적하며, 체험학습의 추진과 동시에 정보화·국제화·환경문제 등의 현대적 과제에 대한 구성의 중요성을 주창하였다. 그 결과 심의회는 환경교육의 운영이 매우 높게 위상을 매김 하였다. 그 결과 생활과의 연장과 함께 「총합적인 학습을 위한 시간(이하 총합학습)」을 소학교 3학년이상부터 고교생까지 실시하기로 정하고, 테마는 환경· 복지· 국제· 정보를 예시로 들었다. 반수 이상의 학교가 환경을 선택하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총합학습의 도입과 동시에 진행된 학교 주 5일제도의 도입과 수업시간의 삭감에 대하여 학력저하를 불러온다는 비판이 사회적으로 제기되었다. 일본학생의 OECD국제학력테스트(PISA)의 성적부진으로 인하여, ‘신 학습 지도요령(2008년)’에는 총합학습의 시수를 반으로 축소하는 위기를 맞기도 하였다. 2006년 교육기본법의 개정 시기에 ‘환경보전의 태도 육성’이 교육 목표에 더해져서 ‘학교교육법의 개정(07년)’에 교육목표중 하나로 채택되는 성과를 낳기도 하였다. 요하네스버그회의의 이후의 ‘교육의 10년’과 ‘환경교육추진법’ 등을 둘러싼 환경은 이제껏 없었던 것을 개선하고 정비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환경교육의 지혜를 얻다.

일본사회의 전반적인 환경교육의 동향과 흐름을 검토하면서 지역사회중심, 시민참여와 문제해결능력이라는 키워드가 돋보였다. 일본의 4,500개 환경교육단체가 뿜어내는 지역기반 활동사례, 다양한 환경교육관련 학회와 연구회, 네트워크모임으로 이어지는 씨줄과 날줄로 이어지는 실천들, 지역의 공해문제부터 마을 만들기까지 이어지는 문제해결사례에 시선이 주목되어졌다. 일본에서 1987년부터 키요사토 환경교육포럼(내용적으로는 약간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이 일본환경교육에서 샘물과 같은 역할을 하였다. 이포럼에서는 환경교육의 인재양성, 정보수집, 활동보급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90여명에서 시작해 매년 200여명의 일본환경교육계의 오피니언그룹들이 포럼에 참여하였다. 2박 3일간 그해 환경교육의 이슈들을 20여개의 주제로 나눠 학습하고 토론하였으며, 이 포럼을 통해서 일본환경교육포럼(JEEF)이 태동되고 국제사회의 환경교육흐름도 짚을 수 있었다.

한국사회도 필자가 환경교육을 접한 90년 중반보다 많이 발전하고 풍부해졌다. 환경교육에 대한 논의들도 활발하고 특히 정부에서는 녹색성장이라는 화두로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다양한 시범학교사업과 지원 사업들이 줄을 있고 있다. 기업들도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앞 다투어 CSR분야에서 다양한 환경보전지원사업들이 봇물처럼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로 들어가면 아직까지 빈약하다. 중앙과 전체사업은 화려한데 지역과 풀뿌리단체로 내려가면 인적자원이 풍요롭지 못하고 네트워크도 활발하지 못하다. 환경교육에서의 소재와 내용이 빈약하여 많은 단체와 학교는 자연체험에 많이 의존해왔던 것들도 사실이다.

이야기를 정리해본다면, 우리환경교육 진영에 필요한 과제들 몇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먼저 인적자원간의 교류이다. 환경교육 내용의 풍요로움을 채우기 위해서는 연구자들과 시민단체 활동가․교사들 간의 교류와 연대는 더욱 확대되어져야 한다. 그동안 환경교육연구는 시민들의 삶과 거리가 멀었고 연구자들만의 ‘그들만의 리그’였다. 사회환경교육 진영과 학교환경교육 진영, 기업, 행정, 지자체가 머리를 좀 더 맞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에서도 키요사토 환경교육포럼과 같은 것을 열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두 번째로는 환경교육의 내용문제이다. 한국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환경문제 등에 대하여 환경교육주체들은 교육 자료들을 준비해야한다. 이미 일반시민들도 구제역, 하천생태계, 에너지문제, 도시농업 등 매일같이 언론을 통해서 환경문제에 노출되고 있으며, 이처럼 환경교육의 내용도 더욱 세분화되어야 한다. 우리사회도 주장과 이데올로기를 넘어 좀 더 냉정하고 차분하게 우리사회 지속가능성에 대하여 고민하고, 한국 환경교육의 지역사회중심, 시민참여와 문제해결능력이라는 키워드를 좀 더 집중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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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우 회의(Rio Summit)의 공식명칭은 환경 및 개발에 관한 국제 연합 회의(UNCED,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이며 Earth Summit이라고도 불린다. 1992년 6월 개최
2)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의 (약칭 ESD）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실현하기위한 발상으로 행동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
3) 독립행정법인 환경재생보전기구가 운영하며 2008년도에는 7억 2210만 엔이 조성되었다.
4) 환경교육추진법 소관의 5개 부처이외에 내각부, 총무성, 외무성이 참가
5) 水辺の楽校 http://www.mlit.go.jp/kisha/kisha03/05/050205_3_.html, 현재는 국토교통성이 주관함
6) 子どもの水辺」http://www.mizube-support-center.org/top.html
7) 단보노각코 田んぼの学校 논을 적극적으로 환경교육의 소재로 활용한 프로그램, http://www.tanbonogakko.net/
8) 사토야마 さとやま [里山] 마을이나 부락에서 가까운 인간의 손길이 닿고 인간의 영향을 받은 자연생태계의 산지
9) 일본의 「자연관찰의 숲」은 일본 환경청 보조 사업으로 1984년도부터 5년간 실시하여 「가까운 곳의 자연활용을 통한 지역정비사업」으로 조성된 숲이다. 전국 10여 곳에「자연관찰의 숲」이 조성되었고, 각 지자체에 의해 관리·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