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오히려 유럽 사람들이 더 큰 충격으로 받아들인다. 내 사촌 여동생이 이탈리아 사돈집을 방문했는데, 그 이탈리아인 사돈이 말하기를 그 위험한데 돌아가지 말고 한 일 년 간 자기 집에서 지내면서 어떻게 되어가나 보라고 간곡히 권하더라고 한다. 얼마 전에 독일을 방문했더니 독일 사람들도 꼭 같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독일 정부가 발표하기를 한국 여행도 불필요한 것은 삼가되 가야 할 일이 있다면 가고 안 가는 것은 개인의 결정에 맡긴다고 했다고 한다. 체르노빌 사고가 났을 때 체르노빌과 독일의 거리가 후쿠시마와 우리나라의 거리와 비슷한데 독일에서 그때 많은 피해가 있었기 때문에 당연한 생각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형님이 한국이 올 때에는 비행기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문에 일본 상공을 통과하지 않고 돌아서 온다고 기내 방송을 하더라고 한다. 우리는 후쿠시마 사고를 벌써 거의 잊고 사는데 말이다. 그런데 독일은 이 사고가 촉발제가 되어 2022년까지 22기의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기로 결정을 내려 버렸다. 독일을 대표한다고 할만한 17인의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윤리위원회가 찬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은 후에 토의를 거쳐 폐쇄하는 것이 옳다는 합의를 이끌어 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나오면 항상 그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는데 이는 올바른 발상이 아니다. 전문가들한테 물으면 대개 자기 밥그릇을 먼저 챙긴다. 수자원전문가들은 댐을 더 세우라고 하고, 교통전문가들은 도로와 공항을 더 만들어라 하고, 농공학자들은 간척을 더 하라고 한다. 원자력 전문가들한테 물으면 당연히 원전을 더 세우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답들은 일반적인 상식과 윤리에 어긋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독일은 이 문제를 윤리적으로 접근하여 다양한 분야의 사회 지도자들이 전문가들의 찬반 의견을 다 듣고 판단하도록 하였다. 이 위원회의 건의는 연방의회의 표결에서 83% 라는 압도적인 찬성을 얻어 통과 되었다.

원자력 발전소 폐쇄를 기초로 세운 에너지 계획의 개념은 2050년까지 에너지 사용을 2008년도 수준의 50%로 줄인다는 것이 가장 큰 줄거리이고 나머지는 재생에너지의 확대에다 초점을 맞추었다. 즉, 에너지 효율 향상과 절약을 가장 큰 에너지 대안으로 본 것이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서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의문들은 10년 안에 모든 원전을 폐쇄해서 과연 에너지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느냐 그리고 경제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 독일은 원전 없이도 충분히 전력의 자급이 가능하다고 확신하였고 오히려 에너지 효율 기술과 재생에너지가 새로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본다고 하였다. 화석연료와 원전은 쓰면 쓸수록 단가가 올라가는데 재생 에너지는 쓰면 쓸수록 단가가 내려가 머지않아 재생 에너지가 더 싼 시대가 온다고 내다보았다. 

독일은 건물의 단위면적당 에너지 사용량을 우리나라의 가장 에너지 효율이 좋은 아파트의 절반 이하가 되도록 법도 제정해 두었다. 미국도 클린턴 대통령 때에 백악관을 리모델링 한 뒤에 총 에너지 사용량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도 앞으로 건물의 에너지 사용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목표를 발표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전기요금을 가장 많이 내는 사람은 한 달에 천만 원도 넘는다고 한다. 타워 팰리스 사는 사람의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니 한 달 전기 요금이 2백만 원이 넘더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아파트들이 인기리에 보급되고 있으니. 지금도 독일의 일인당 에너지 사용량은 우리보다 적다. 사람들도 에너지 아끼는 게 생활화 되어 있어서 다들 컴컴하게 살고 여름에 덥게 살고 겨울에 춥게 산다. 우리가 가 있는 동안에도 보니까 식당이 낮에는 불을 켜지 않고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으로 밥을 먹는다. 밤에는 불이 컴컴해서 밥을 먹어도 무엇을 집었는지 잘 모르겠고 글을 읽으려 해도 눈이 피곤할 정도다. 유럽 여자들은 밤에 불을 어둑어둑하게 해야 미모가 돋보인다고 믿는 것 같다. 한번은 불을 환하게 켰더니 기겁을 하고 얼굴을 가린다. 극장 공연도 보면 우리나라 무대는 모든 구석을 대낮같이 환하게 조명을 하는데 유럽의 무대는 어둑어둑한데 약간의 빛을 이용해서 훨씬 더 분위기를 잘 살려낸다. 몇 년 전에 이스라엘 학자가 쓴 논문을 보니까 야간 조명이 환한 곳일수록 암 발생이 높다고 한다. 이것은 순전히 나의 생각에 지나지 않는데, 밤에 불을 환하게 켤수록 눈이 나빠지는 것 같다. 북한에는 전기가 모자라서 시골은 밤만 되면 캄캄하다. 캄캄한 밤중에도 북한 사람들은 눈이 밝아 길을 확확 지나가는데 우리 남한 사람들은 모두가 장님이 되어 발은 한 발짝 한 발짝 더듬고 팔은 사방을 휘 저어면서 기어 다녔다. 북한 사람들은 색안경을 낀 사람들은 있어도 안경을 낀 사람은 거의 볼 수가 없다. 내가 보기에는 밤눈이 밝은 사람이 낮눈도 밝다. 우리도 옛날에 호롱불, 촛불 켜고 밤을 지낼 때에는 안경 낀 사람들이 무척 드물었다. 그리고 독일은 냉방을 하는 집이 거의 없었다. 버스도 냉방장치를 거의 가동하지 않고 더우면 덥게 살고 추우면 춥게 산다고 한다. 영국의 교민한테서 들은 이야기인데, 베를린을 방문했을 때 온도가 37도까지 올라갔는데도 냉방을 하는 데가 없어서 쪄 죽는 줄 알았다고 한다. 우리의 일인당 에너지 사용량은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등을 다 앞질렀다. 이들 나라들은 모두 앞으로 에너지를 절반 가까이 줄이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계속 늘어나는 것으로 계획을 잡고 있어서 2024년까지 59기의 발전소를 더 건설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친환경도시로 유명한 프라이부르크(Freiburg)며 에너지 자립마을 징엔(Singen)도 돌아보았는데 겉모양은 소박하나 속이 알차서 세계에 어떤 경제위기, 에너지위기, 기후위기가 닥치더라도 잘 살아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 친환경 마을들은 그 전에는 에너지와 자원을 마을로 부지런히 들여오고 돈과 폐기물은 내보내느라고 경제활동이 지표상으로 보면 컸었는데 이제는 자급자족하기 때문에 들어오는 것도 없고 나가는 돈도 없어서 통계상으로 본 GRP는 떨어졌을 텐데 실제 생활은 훨씬 더 윤택해졌다. 집집마다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을 붙였고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들을 지어 외부에서 들어오는 에너지를 최소로 줄여 거의 건물 자체에서 자급자족이 되도록 하였다. 마을에서 생산되는 축산분뇨와 오수는 발효시켜 메탄을 생산하여 에너지로 쓰고 은사시 나무 같이 빨리 자라는 나무를 땔감으로 하여 더운 물을 공급한다. 그런데 이러한 시설들을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회사를 차려 운영하는데 쓰고 남는 에너지를 외부로 판매하기 때문에 마을에 일자리도 생기고 돈도 상당히 번다고 한다. 마을에는 외부의 자동차는 못 들어가고 입구에서 주차를 하고 들어오게 되어 있고 마을에 다니는 차는 걸어다는 사람보다 빨리 달리지 못하도록 하였다. 서울, 온갖 아름다운 치장을 다해 놓고 다리마다 건물마다 요란한 조명을 해서 차를 타고 다녀보면 근사한데 막상 걸어 다녀보면 울퉁불퉁 비뚤비뚤 불편하기 짝이 없는데다 자칫 차에 치어 죽기 일쑤고 다리는 자살의 명소가 되어 있고 비만 오면 물에 잠기고 흙더미에 사람이 깔려 죽는 서울과 대조가 된다.

베를린에서 우파 파브릭(ufa Fabrik)이라는 생태 공동체 마을에서 하루 숙박을 하면서 살펴보았다. 30명 가까운 사람이 여기서 생활을 하고 있고 또 160명 가까운 사람이 같이 일을 하면서 지속가능한 생태마을의 문화를 가꿔보자는 그런 곳이다. 옛날 나치 시대의 영화촬영장을 그대로 물려받아 기본 시설 자체는 그대로 둔 채 약간의 손을 보아 리모델링을 했기 때문에 시설들은 다 구닥다리들이다. 지붕들은 흙으로 덮어 가뭄에도 견디는 풀들을 심어 단열을 하였고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을 달아 전기를 만들고 작은 발전시설을 두어 전기뿐만 아니라 난방과 더운물을 공급하기 때문에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하였다. 음식은 유기농 제품이고 일반인들에게도 판매를 한다. 베를린 자유학교라는 초등학교가 마을 안에 있어서 어린이들이 말 그대로 자유롭게 생태적인 세상을 배우도록 하고 있었다. 여기서 하나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것은 이 우파 마을은 마을에 떨어지는 모든 빗물을 다 받아서 쓴다는 사실이다. 일단 마을 안에 떨어진 빗물은 모두 지하의 큰 저장 탱크에 모으고 이 물을 약간의 여과장치를 거쳐서 화장실 물과 또 화단을 비롯하여 마당에 쓰이는 물로 쓴다고 한다.

독일은 거의 모든 집들이 다 빗물을 받아쓴다고 한다. 그 동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1977년에 독일은 라인 강 상류를 줄줄이 댐으로 연결하여 운하로 만드는 공사를 끝마쳤다. 그러나 이 사업이 완공되자 말자 홍수피해가 빈발하게 되었다. 그 주원인은 운하를 만들기 위하여 줄줄이 이어 건설된 댐에 있다고 결론이 지어졌다. 댐의 건설로 수위가 올라갔고 운하를 운영하기 위하여 물을 항상 채워두다 보니까 홍수 때에 다량의 물이 직강화 된 수로를 따라 급격히 하류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하 옆에는 또 다시 인공적으로 강을 파서 만들어 지류의 물들을 모으고 강변에는 땅 주인의 동의를 받아 범람원을 지정하고 홍수가 오면 강물을 그 곳으로 빼서 범람시킨다고 한다. 물론 피해 보상을 한다. 독일은 이 이후로 댐을 짓지 않는다. 강에 댐을 만들거나 직강화 하거나 하상의 모래를 준설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도록 법으로 엄격히 규제가 되고 있고 이어서 EU도 물관리기본지침(Water Framework Directive)을 제정하여 그렇게 하고 있다. 미국도 깨끗한 물법(Clean Water Act)으로 이와 아주 비슷하게 강을 관리하고 있다. 

홍수피해는 또 도시를 개발하면서 땅을 불투수층으로 만들어서 발생하기도 하기 때문에 빗물이 하수도로 씻겨 내려가지 않고 땅으로 스며들도록 대책도 세웠다고 한다. 빗물을 하수도로 내려 보내면 비싼 비용을 지불하게 되어있다고 한다. 독일은 물부족국가란 말을 하지 않고서도 집집마다 빗물을 다 받아쓴다. 물 사용량도 우리보다 훨씬 적어서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다 보태서 일인당 하루 200 리터 밖에 쓰지 않는다. 우리 국토해양부는 우리의 물사용량을 2020년이면 일인당 하루 650 리터로 늘어나기 때문에 댐을 더 지어야 하고 4대강 사업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상에 이렇게 물을 많이 사용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내가 장담하건데 이 수치의 반 이상이 다 허구다. 이 수치에 근거해서 취수장 정수장을 다 만들었는데 이들의 절반이 그냥 놀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독일 사람들이 얼마나 물을 아끼든지, 우리 유학생이 샤워하느라고 물을 10분 틀었더니 하숙 주인이 놀라서 쫓아왔더라고 한다. 혹시 샤워하다가 넘어져 죽었나하고. 이스라엘은 생활용수, 공업용수에다가 농업용수까지 보태서 일인당 하루 170 리터 밖에 쓰지 않는다. 그러고도 식량은 자급자족하고 소득도 우리보다 높다. 말로는 ‘물부족국가’, ‘물부족국가’ 하고 떠들면서 물은 미국 사람들만큼 많이 쓰도록 부엌이며 화장실이며 잔디밭을 만들고 있다. 18홀 골프장 하나가 가물 때 하루 만 명분 물을 쓰는데 이런 골프장을 수천 개를 만들려고 하는 나라는 물부족을 말할 자격이 없다.

에너지 안보 에너지 안보 하면서 원자력 발전소를 비롯하여 발전소를 많이 짓는 것을 대책으로 내세우는데, 진짜 에너지 안보는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에 있지 않다. 기술만 있으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에너지, 즉, 에너지 절약기술과 재생 에너지에 있다. 또 물 안보 물 안보 하면서 댐을 짓는데 혈안인데, 진짜 물 안보는 댐을 짓는데 있지 않다. 물 절약 기술, 빗물 다스리는 정신에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고 그런 삶을 살아가려는 모습은 지금 유럽이 가장 앞서고 있는 것 같지만 그러나 저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모습은 실제로는 우리 조상들의 전통적인 생활문화이다. 우리 조상들이야 말로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생활의 모범을 보였다.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선조들은 자연에도 다 이치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고 그 이치에 따라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고자 노력했다. 자연의 이치를 거슬러 환경을 파괴하거나 오염시키는 행위를 천벌을 받을 죄악으로 알아왔고 그런 행위에 대해서 지금 우리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큰 형벌로 다스려 왔었다. 우리나라의 옛날 마을에서 발견되는 돌 판에 ‘棄灰者 杖三十, 棄糞者 杖五十’(기회자 장 30, 기분자 장 50 : 재를 버리는 자는 곤장 30대, 똥을 버리는 자는 곤장 50대), 혹은 ‘棄灰者 杖八十, 放牲畜者 杖一百’(기회자 장 80, 방생축자 장 100 : 재를 버리는 자는 곤장 80대, 가축을 방목하는 자는 곤장 100대) 이라고 새긴 금표(禁標)가 발견된다. 똥과 재를 버린다는 것은 이들이 다 유용한 거름 자원인데 이 자원을 낭비하고 강이나 길에 버려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뜻이다. 그리고 산림이나 바다 어장을 훼손하는 행위도 엄한 벌로 다스렸다.

환경범죄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냉엄하고 형벌이 무거웠기 때문에 환경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보통사람들로서는 감히 생각하기 어려웠으리라고 짐작된다. 그래서 우리의 전통적인 생활문화는 자원을 철저히 아끼고 재활용하며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도록 생태학적으로 짜여져 있었다. 가정생활에서는 버리는 쓰레기가 생기지 않도록 집집마다 마당을 두어 가축을 기르고 텃밭을 집 가까이 두었었다. 그래서 작은 곡식 알갱이는 닭이 쪼아 먹고, 큰 음식 덩어리는 개나 돼지가 먹고, 설거지한 개숫물은 소여물 삶는데 쓰고, 재나 분뇨는 농지에 비료로 쓰고, 버리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뜨거운 물을 마당에 붓는 것도 땅을 죽인다 해서 용납되지 않았으며 그 밖의 거의 모든 자원이 재활용되었었다.

취락이나 주택구조 자체도 생태학적으로 올바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 산꼭대기나 경사가 급해서 생태학적으로 취약한 지역은 보존하고, 그 아래 경사가 좀 완만하지만 다른 용도로는 쓸 수가 없는 곳에 무덤을 두었다. 취락은 그 아래에 산을 북쪽으로 등지고 남향집을 지음으로 가장 에너지 효율적인 취락을 만들었다. 그리고 집 자체도 친환경적이었다. 초가지붕은 썩으면 퇴비로 쓴다. 집을 짓는데 나무는 최소한으로 써서 산림자원을 아끼고 벽은 흙과 짚으로 만들어 보온과 습도 조절이 잘 되도록 만들었다. 특히 온돌은 어떤 난방장치보다도 열효율이 뛰어나고 오염이 작은 난방구조이다. 난방을 따로 하는 것도 아니고 아침저녁으로 밥만 지으면 저절로 난방이 되는 것이 온돌이다. 난방을 우리나라만큼 효율적으로 하는 나라가 세계에 없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도시를 가장 농사짓기 좋은 평야에다 만들어 땅을 낭비를 하는데, 우리나라는 평야는 농사를 짓도록 그대로 아껴두고 도시는 산을 끼고 건설하여 도시가 비대해지는 것을 막았다. 많은 나라들이 농사를 잘못지어 많은 땅을 황폐화시켰지만 우리는 수천 년 동안 농사를 지어오면서도 최근까지도 잘 보존되어 왔었는데 이는 지속가능한 농법을 해왔기 때문이다. 서울의 인구는 1660년에 20만에 이른 후 19세기말에 개방이 이루어지기까지 늘지도 줄지도 않고 항상 20만명을 유지했다. 지금 유럽의 도시들이 친환경적인 도시 인구의 규모를 20만명 정도로 잡고 있는 것을 보면 서울도 주위의 환경에 무리를 주지 않고 환경적으로 건전한 도시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이 인구 규모를 유지하지 않았나 하고 짐작이 된다. 도시에 필요한 땔감은 산림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인근 지역으로부터 반입되었고 도시의 분뇨는 인근의 논밭으로 환원되었다. 그리고 물도 하천이나 지하수를 오염시키지 않도록 생태학적으로 건전한 지역사회를 이루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사회경제적인 여건들이 크게 달라진 지금 옛날의 생활 모습으로 그대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원칙과 태도는 우리가 다시 본 받고 발전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오히려 우리가 지속가능한 삶이 무엇인지 세계에 알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