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와 관련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자 할 경우, 청소년을 제외하고는 담론의 형성자체가 무의미하다. 보편적 인식으로써 청소년은 미래사회의 생산적 위치에 유입되는 대상이자 사회를 추동하는 대상으로 등장하고, 미래사회의 주요구성원으로 존재하게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청소년은 의존적 아동기에서 독립적 성인기로 이행되는 과정에 있는 대상을 의미하며, 독립적 성인으로서의 역할수행을 위한 준비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청소년기는 발달과정에 많은 변화와 갈등을 경험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 해나가는 등, 발달과업을 통해 성인으로서의 역할수행을 위한 이행이 이루어지는 결정적 시기이다. 사회구성원의 순환적 연계 고리 속에 성인 사회에 진입을 앞둔 청소년들의 발달과업이 원활하고 건강한 성인으로의 이행이 순조로울 때 건강한 미래공동체에 대한 전제가 가능하다.

1. 오늘의 청소년을 둘러싼 시대적 상황과 환경

오늘의 청소년들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사회문화적 바탕에서 성장하고 있다. 자유화, 유목성, 정보화, 부유함 등으로 대별되는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으며, 기존의 사회계층과는 분명한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각 세대 간의 구분이 명료하지 않았고, 다소 혼재된 양상이었으며, 앞선 세대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후속세대로 전달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앞선 세대의 전통적 가치와 문화의 전달적 기능이 원활하지 않고 곳곳에서 갈등적 현상들이 노출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발달하는 정보와 과학기술에 힘입어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세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이 지배하는 유비쿼터스 사회 환경은 시공을 초월하고 익명성에 의해 사회적 규범요소가 변화되고, 보다 평등하고 안정적인 인간관계의 형성을 요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대면적 커뮤니케이션 구조가 가능해져 개인의 의사표현을 자유롭게 하여 개인주의를 증폭시키고 있으며, 기존의 사회질서는 더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청소년교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교교육은 여전히 산업사회에 맞추어 짜여 진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입시라는 교육병목현상으로 살아있는 지식의 가치 창출보다는 단순지식의 주입에 그치는 등, 교육 안팎의 첨예한 모순으로 오히려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렇듯 청소년을 둘러싼 성장환경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새로이 등장하는 사회적 환경과 문제들은 과거방식의 사고와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혀 새로운 사고와 별도의 대응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새로운 사회적 담론의 형성이 필요하다.

2. 공존의식 함양을 위한 청소년활동

전통적으로 청소년의 사회화를 위한 기능은 가정과 학교가 담당해 왔다. 그러나 급격한 사회변화를 거치는 동안 가정과 학교의 기능은 현저히 약화되거나 심지어 왜곡되고 있다. 가정은 생산적 기능에서 휴식과 여가의 기능을 수행하는 단순한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고, 학교는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단편적 지식주입과 성적으로 줄 세우는 등의 심각한 경쟁이 자리 잡았다. 이에 따른 폐해는 사회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공동체의 유지를 위협하는 개인화의 확대와 공존의식의 상실이다. 문명사회와 야만사회의 차이는 백지 한 장 차이로써 문명과 야만을 가르는 것은 지식도, 정보의 양과 질도, 기술의 발달도 아닌 공존의식의 유무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21세기 지식과 기술의 수단이 인류를 섬기는 공존의식의 도구가 되면 세계는 문명이 지배하는 행복한 지구촌이 되고, 탐욕과 미움의 도구가 되면 야만이 지배하는 전쟁터가 된다. 이처럼 공존의식은 세계의 문명화와 야만화를 구분하는 중요한 지표이며, 인류의 평화와 안녕, 행복을 위한 기본적 인식이자 진정한 인류 공영의 첩경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공존의식은 어떻게 길러 줄 수 있는가? 이는 언어를 형상화하여 전달하는 형태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물과의 직접적인 접촉과 관계 맺기 등의 실제적 체험을 통해 앎을 체득하는 것이 더욱 더 효과적 일 수 있다. 왜냐하면, 체험은 사물이나 대상과의 직접적인 접촉과 사람의 감각기관인 오감을 통해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으로서 온몸으로 직접 겪는 경험의 일체를 의미한다. 이러한 체험은 경험의 과정에 감각기관의 작용과 함께 감정을 수반함으로써 기억의 통합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따라서 공존의식은 말로써 설명하고 머리로 이해하는 교실교육의 형태보다는 직접 대상이나 현상에 대해 몸으로 겪고 체득하는 것이야 말로 제대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청소년의 체험활동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써「청소년활동진흥법」이 마련되어 있다. 이 법에서는 체험활동을 핵심으로 하는 청소년활동의 개념을 도입하여 청소년의 균형있는 성장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청소년활동의 개념상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공존을 지향하는 내용으로써 “문화적감성과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의 함양을 위한 체험활동, 공동체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체험활동”을 명시하여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청소년활동은 대체적으로 집단위주의 활동이며, 집단 활동의 중심에는 전체의 일원으로서 공동체를 지향하는 팀워크(Team work)활동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청소년활동은 팀워크 중심활동이며, 팀워크의 중요성과 팀워크의 묘미를 체득하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청소년활동은 활동의 과정에 다면적 관계 맺기를 통해 타인의 내면과 삶의 세계를 경험하고, 이질적 영역에 대한 수용의 폭을 넓히며, 자신의 뜻을 지혜롭게 전달하고, 타인의 의견과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타협을 통한 의사결정에 이르는 민주적 절차와 시민의식을 함양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단체 활동 과정에 타인과 전체를 위해 배려하고 희생할 줄 아는 이타심 등, 중요한 공존의 법칙들을 집단의 역동 속에 원활한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청소년활동을 통해서 체득할 수 있다. 특히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로 인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청소년활동을 통한 공존의식의 핵심이 되는 공동체의식함양에 주력하는 일은 시대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다. 바로 이러한 공존과 나눔의 정신 위에서만 양극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강력한 대안인 진정한 자원봉사(voluntary service)활동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3. 양극화 사회의 간극 해소를 위한 자원봉사

한 사회에서 양극화의 근본적 심각성은 양극화가 경제적 관점에서의 양극화에서 끝나지 않고, 문화적 향유와 표현, 교육을 비롯한 각종 기회의 불평등 등, 삶의 전반적인 불평등을 초래하고 급기야 빈곤계층의 의식을 지배하는 ‘소외의식’을 파생시키는 것이다. 소외의 심각성은 단순한 외로움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이 경제적 소외이든, 문화적 소외이든, 신체적 소외이든, 인종적 소외이든 소외의 유형에 상관없이 모든 소외는 ‘살아야할 이유의 상실’을 동반한다.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보면 살아야하고, 공부해야하고, 일을 해야 하는 의미를 지속적으로 잠식해 나가는 것이 소외의식의 부작용이다. 소외의식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전적 또는 부분적 수용거부를 동반하고 타인과 사회, 현 체제에 대한 수용의 거부로 이어진다. 극단적인 경우 소외는 자신의 죽음 또는 타자(타인 또는 사회)를 죽음으로 몰고 가게 된다. 이처럼 양극화로 인한 소외의식은 미래 우리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빚어질 미래사회의 사회적 비용 등을 생각할 때, 소외극복을 위한 생활실천의 기제로서 나눔과 자원봉사가 자리 잡게 할 필요가 있다. 앞서 제시한 소외의식은 누군가로부터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받게 되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되고, 희망은 또 다른 내일을 위한 오늘의 이유를 찾게 된다.
자원봉사는 개인의 사적인 이익 또는 욕구충족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사람에 대한 존중과 이웃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이타주의적 정신에서부터 출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고 모든 자원봉사의 출발이 절대적인 이타성에서 기인한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어떤 형태이든 자원봉사활동에 참가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발현되는 자원봉사의 순기능이 인격적 성숙과 이타심을 배양할 수 있다. 예컨대 자원봉사 실천의 동기가 어떠하든 자원봉사의 결과로서 느끼게 되는 심리적인 만족감, 성취감, 경험의 축적 등과 같은 내적변화가 일어나게 마련이고, 내적인 변화들은 이전까지 느끼지 못했던 자기 자신에 대한 가능성의 재발견과 인격적인 성숙, 나아가서 자기 자신을 사회적 존재로 자각하는 등의 자아실현을 경험하게 되며, 동시에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 등의 이타심이 형성될 수 있다. 특히 청소년의 자원봉사는 그 출발이 미약하다 할지라도 활동의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긍정적 경험들은 청소년기 자아정체감 형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와 같은 자원봉사활동은 몸으로 체득하는 체험활동이며, 바람직한 인격체로 성장시키기 위한 훌륭한 교육적 수단이기도하다.
오늘날의 사회는 분절적이고 개체화된 삶의 방식이 아닌 통합적이고 전체 속에 연계된 삶이 확대되고 있다. 나 혼자만이 삶이 아닌 유기체적 연관성과 전체성이 강조된 삶의 구조가 확대되고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즉, 사회의 한부분이 불안하면 특정한 사람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전체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사실이다. 역설적으로 사회현상은 점점 개인화가 확대되고 있지만 기술의 발달로 인한 사회변화는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결합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시점에 양극단에 위치한 계층들 간의 간극을 좁히고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유용한 사회적 수단은 바로 자원봉사이다.

4. 미래세계의 지속적 안녕을 위한 체계(System)론적 사고

인간은 결핍된 존재로 태어나고 살아가는 과정은 의존적 삶을 유지한다. 결핍에 대한 충족과 보완은 의존이며, 의존은 일방적 의존이 아닌 상호공존과 존중적 연계를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자연과 괴리된 채 살아갈 수 없는 존재로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이 유지되어야하고, 인간과 인간은 집단을 이루어 상호 협력적 연계 속에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서 평화로운 공존이 유지되어야 한다. 연계와 공존에는 일정한 질서와 체계가 존재하며, 질서와 체계에 대한 이해는 삶에 대한 기본적 인식이다.
체계론적 사고의 확장은 개인과 사회, 국가성장의 미래설계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이며, 체계적인사고의 결여는 발전된 미래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여기서 체계의 의미는(system) 특정 생명체, 특정 주제 또는 특정 영역의 모든 구성요소들의 연계성이 ‘전체가 하나’를, ‘하나가 전체를 좌우’하는 유기체적 형태로 결합된 상태 또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유기체적 연관성과 전체성이 강조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유기체적 사고의 형성은 '인도어(indoor)'에서는 여의치 않다. 유기체적 사고는 한 인간이 ‘아웃도어(outdoor)'에 위치할 때 비로소 자리 잡게 된다. 여기서 ’인도어‘는 실내의 갇힌 공간 뿐 아니라, 실내의 갇힌 공간에서 형성되는 자기중심적이며, 폐쇄적인(egozentrisch) 세계관을 포함한다. 오늘의 청소년들은 대부분 학교, 학원, 등과 같이 공부를 위한 닫힌 공간에 갇혀 있을 뿐 아니라, 자기 자신 속에서도 갇혀있다. 이로 인해 많은 청소년들이 이기주의적, 자아도취적, 자아중심적 가치관과 생활방식에 지배를 당하고 있으며, 인도어적 삶의 태도와 생활양식은 유기체적이고 시스템적 사고형성으로부터는 거리가 멀다.
아웃도어는 야외 또는 집 밖이라는 의미를 넘어서는 차원이 있다. 일상공간과 자신으로부터의 탈출 이라는 의미가 있다. 자신으로부터의 탈출(outdooring)을 통하여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조(觀照)하는 가운데, 자신 밖에 존재하는 타자(他者)들과 우주의 물상들의 존재와 운용 법칙의 오묘함에 눈을 돌리게 만든다. 나아가서 자신이 우주 자체 일 뿐 아니라, 우주의 일부임을 알고 유기체적 사고에 기초한 감사와 책임감을 통감하게 한다. 유기체적 사고는 인도어, 즉, 실내 또는 교실활동에서 주지 못하는 생생한 우주물상과의 직접적 만남을 통해서 우주 유기체의식을 심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우주유기체의식에서 타인과 세계에 대한 책임, 공존의식, 환경보호, 평화 등과 같이 미래세계의 지속적 안녕을 보장하는 개념들의 인식과 실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