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복지를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녹색의 개념을 잡아야겠다. 흔히 사리에 맞지 않거나 분별력이 없는 짓을 할 때는 “개념이 없다.”고 말한다. 요즘 인터넷 표현으로 보면, ‘무개념녀’, ‘무개념남’과 같은 말들도 그런 맥락이다. 그래서 무슨 생각을 말하든지 ‘개념 있는 이야기’가 되려면, 무조건 개념을 잡고 가야하는 것이다.

‘개념’이라고 하면 원래 여러 생각들 속에서 공통적이고 종합적인 형태로 얻어진 보편적인 생각들을 말한다. 그래서 철학적이고 전문적인 용어상의 개념이 아닌 이상, 개념은 보편적이고 상식적이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사회적 용어들이 이 보편성과 상식을 뛰어 넘어 그 개념을 상실한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녹색성장, 녹색복지, 녹색교통 등에서의 ‘녹색’에 관한 개념이다.

녹색은 초록이나 풀빛과는 달리 색깔 RGB값이 정해진 단조롭기 그지없는 색이지만, 그 개념을 파고들면 독일의 ‘녹색당’처럼 녹색을 정당의 이념적 도구로 삼을 정도로 심오한 본질적 속성과 사회적 함의를 가지고 있다. 녹색이라고 부르든 초록이라고 부르든, 풀빛은 기본적으로 식물들이 태양과의 교감 속에서 얻어낸 생명의 빛깔이다. 녹색의 자연을 접하면 누구나 생기가 돌아오는 것은 녹색이 갖는 이러한 본질적 속성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생명의 본질적 속성을 되찾고자 하는 노력의 사회적 관념을 내포한 색채가 또한 ‘녹색’인 것이다.
그런데 ‘녹색성장기본법(안)’에서 무려 274회의 녹색이라는 단어가 나왔다고 할 정도로 ‘녹색’은 정부정책에 있어서 핵심적인 키워드 중의 하나가 되어 있다. 정부의 거의 모든 기관과 유관기관들도 녹색이란 용어를 이용한 슬로건이나 홍보브랜드를 만들어서 내걸고 있다. 그동안 환경운동을 해오던 녹색연합이라는 단체가 무색할 정도로 정부가 가히 ‘녹색연합’이라 해야 할 정도로 녹색의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 녹색이 어떤 녹색인지 개념이 혼돈스러울 때도 있다는 점이다. 본질적으로 진정성 있는 ‘녹색성장’이라면 그 개념으로도 충분하겠다. 더구나 우리는 세계적인 환경동향에 발맞추어 ‘저탄소’가 강조되었다. 이 ‘저탄소 녹색성장’은 용어상으로는 나무랄 데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웨덴의 경우, 심비오시티(Symbio city Project) 프로젝트의 자료를 보면, 1993년 이래 지금까지 GNP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도 나라전체의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은 지속적으로 저감되어오고 있어서 용어그대로 ‘저탄소 녹색성장’의 성공적인 사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실천적인 경험도 없이 용어가 보편성과 상식을 뛰어넘어 다른 용도로 쓰인다면, 개념이 있다고 할 수가 있을까. 경제성장을 하면 녹색은 따라서 해결된다고 보거나, 혹은 녹색이 돈이 되는 일이라고 보고 성장지상주의를 녹색으로 장식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대 윤순진 교수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이념적 기초와 실재』라는 논문에서 “저탄소 녹색성장 개념이 성장지상주의적 본질을 내포하여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의 가치를 담아내지 못하는 하위 개념”이라고 보고 “지속가능한 발전개념을 보다 큰 틀 속에 위치시키면서 녹색경제를 지향하는 하위 전략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핵폐기장 문제로 사회적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었던 원자력이 어느새 녹색성장의 중심에 서 있고, 4대강 사업이 녹색성장의 본류가 되고 있는 것을 보면 녹색의 본질적 개념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본질적인 내용이 다른 것을 부정한 돈을 세탁하듯이 녹색으로 세탁하는 것을 흔히 녹색세탁(green wash)이라고 부른다. 개념이 혼돈스러운 때에는 녹색세탁을 가려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녹색복지라는 개념에 관해서도 그렇다. 복지관에 나무를 심어주는 산림청의 사업에서도 녹색복지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또 지역 간 계층 간 벌어지고 있는 녹색격차, 이를테면 지역 간의 녹지율이라든가 계층 간 녹색문화의 향유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도 흔히 녹색복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노약자를 위하여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나, 일상적인 녹색교통으로서의 자전거가 아니라 ‘도로의 건설’을 위한 자전거 도로도 진정한 녹색복지라고 할 수 있을까. 생태와 환경을 배려하는 복지가 아니라, 인간만의 복지에 중심을 두고 이야기 한다면 녹색복지도 역시 세탁용 개념으로 전락할 가능이 있다. 녹색이 갖는 본질적 개념으로 보면, 자연 속에서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서로 간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생명의 그물망을 가지고 있고, 때문에, 존재하는 것 그 자체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생명의 다양성과 그 동등성을 중시하여야하는 것이다.

따라서 녹색복지의 본질은 생명존중이라는 본질적 속성이 상위의 개념이어야 하고 인간의 복지를 위한 전략은 그 하위의 개념으로서 그 구체적인 실천방안이어야 할 것이다. 예떼보리나 함말비와 같이 ‘환경도시’의 모델이 되고 녹색성장의 사례로 왕왕 제시되는 스웨덴의 경우는 이미 복지국가를 넘어서 녹색복지국가의 지향을 표방하고 있다.
복지라고 하는 측면에서만 보면 세계에서 가장 잘 되어 있는 나라로 알려진 스웨덴이 굳이 녹색이라는 개념을 함께 표방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기존의 복지가 에너지 낭비와 환경파괴를 기반으로 하여 성장과 분배의 순환을 확보한 것이며, 이것은 결국 미래세대의 자원을 기반으로 한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환경부라는 이름조차 ‘지속가능발전부’로 이름을 바꾸고 거의 환경단체수준의 정부전략을 세웠다. 특히 에너지의 경우는 석유독립위원회를 출범시켜 2020년까지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제로로 한다는 계획을 세울 정도로 녹색의 개념에 충실하게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발리에서는 건물높이의 제한 기준이 대략 야자나무의 높이라고 한다. 야자나무보다 높이 지어서는 안 되는 것은 야자나무의 신성성을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여기에서는 소를 묶어서 키우는 사육장을 거의 볼 수가 없고, 대부분의 소들이 방목되고 있다.
 
반려동물이 누리고 있는 이른바, ‘동물복지’까지는 아니더라도 동물학대 수준의 고기의 대량생산을 위한 공장식 사육 방식은 아주 비인간적이다. 영화 ‘워낭소리’의 소와 같이 동물도 생존하는 동안 그 생명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사육 방식도 인간적 수준에서의 동물복지일 것이다.

이처럼 사람의 복지를 실현하는데도 식물의 영성까지도 배려하는 것, 동물들의 생태와 그 삶에 대해서도 고려하는 것, 이것이 녹색의 본질인 모든 생명의 소중함과 그 존재가 잘 존재하도록 하는 웰빙(Well-being)에 천착하는 진정한 ‘녹색복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