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글로벌사회이고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로 연결된 역동적인 사회입니다. 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또한 세계인이며 동시에 관계하는 사람들 또한 다양하고 광범위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우리는 앞만 보고 달려가기도 바쁘고 내가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관계는 일상적이기 보다는 업무적으로 변하였습니다.
이러한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마을을 그리워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을은 무엇일까요?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마을을 그리워하기 시작했고 무엇을 위해 마을을 원하는 것일까요? 그 답은 우리들 가슴속에 담겨져 있을 것입니다. 이웃에 대한 그리움, 정으로 만들어진 사회, 나눔이 일상적인 공생의 사회 그 사회를 우리는 지금 마을이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사람 사는 세상, 그 세상으로 가고자 하는 열망이 담긴 마을에 대해 이해해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에의 참여를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지역사회에서 마을의 의미 되살리기

마을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주로 시골에서,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정의되고 있으며 유사어로 촌락(村落, village), 지역사회 등으로 불리어집니다. 주로 도시와 반대되는 상대어로 정의되고 있으며 소규모 단위의 지역 사회라 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마을, 또는 촌락은 주로 시골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혈연관계가 주를 이루는 공동체 집단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생계를 공동으로 하고 1차 산업을 중심으로 하며, 다른 지역과 관계가 적은 다소 폐쇄적인 집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역사회는 또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지역사회 (地域社會, local community)는 인간관계에 의해, 또는 지리적 · 행정적 분할에 의해 나누어진 일정 지역의 사회라고 되어 있으며 ‘커뮤니티 또는 공동체’라는 말과 동의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인간이 태고 적부터 가족을 이루고 혈연, 씨족사회를 이루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생업(농업)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주로 토지를 중심으로 모여 사는 마을, 촌락 등으로 단위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이 범위 체계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범위(boundary)내 존재하는 단위들이 다양화되었고 지역사회라는 보다 광범위한 개념들이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시 사회에서 인류는 먹을 것을 따라 해안을 중심으로 이동하였지만, 이후 농경사회에서의 자급자족이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 토지가 마을, 촌락의 구성요소로 중요하게 대두되었습니다. 사람들은 토지를 따라 모이기 시작하였으며, 이후 정착하면서 자본의 형성이 이루어지게 되었고 자본주의 사회로 인해 폐쇄적인 자급자족적 단위로서의 공동체는 해체되고, 자본의 단일지배에 의해 지역성은 급속히 상실되어 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지역사회는 마을, 촌락과 같이 자생적 · 자연적 단위가 아니고, 행정적 편의 또는 지리적 위치 등을 기준으로 광범위한 단위로 구분하기 시작하였고 인위적 · 계획적 단위로 성립되어 있습니다. 결국 거주 주민의 욕구와 관심에 따라 자생적으로 구성되었다기 보다는 지역사회가 계획적, 의도적인 기준으로 구분하면서 그 속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다양한 생각과 욕구는 지역사회 단위 속에서 해결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자본에 의해 일부 지배층의 욕구가 전체를 대신하고 피지배계층은 소외의 상태로 사회문제화 되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지역성과 공동체 의식이 훼손되고 협력, 참여, 자생의 의미가 사라지면서 정치적인 목적과 경제적인 자본 논리가 지역사회의 주 관심분야로 부각되었고 마을, 촌락의 공동체 의미는 더욱 축소되어 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 마을에 대한 의미를 되살리는 것은 어찌 보면 공동체 의식을 높이자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인위적이고 계획적이며, 행정적 기준과 목적에 따라 만들어진 지역사회이지만 지역사회의 결속력을 높이고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단위가 가지는 장점을 최대한 극대화하여 활용할 필요성이 높아졌음을 증거 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는 결국 마을단위가 가지는 지역성과 결속력을 기반으로 공동체 의식을 높이고 능동적인 참여와 자생적인 조직 활동을 통해 마을의 문제를 마을의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입니다. 또한 각 구성원의 욕구가 적절히 반영되고 의견이 수렴됨으로써 소외의 문제를 해결하고 마을의 욕구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마을 발전을 가능하게 하여 모두가 평등한 구성원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마을공동체 운동의 실천방향

마을 공동체운동은 마을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마을 거주 구성원이 소속감을 갖고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협조함으로써, 동질성을 회복하고 결속력을 다져 지역의 문제에 대한 해결능력을 키워나가는 실천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을 공동체 운동은 어떠한 실천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좋을까요?

지역에서 마을 만들기 사업을 실천하면서 느끼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은 방향들이 중요하게 요구됩니다.

먼저, 마을의 이야기가 있어야 합니다.

마을에는 마을 주민이 함께 공유하고 간직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야 합니다. 보통 전설이라는 말로 우리 가슴속에 오래 오래 구전되는 이야기들이 마을에 대한 소속감과 공동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매개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마을은 이러한 이야기로 하나 되지 못함으로 인해 개별화되고 이웃과 연결할 수 있는 고리가 없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잠자는 공간으로만 존재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야기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 실상 마을 속에서 살아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들이 발굴되지 않고 사장되는 경우가 더 많은데, 마을단위 사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결속체로써 이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없다면 지역의 공감대가 풍부하게 녹아든 이야기를 함께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마을 속에서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을 단위에서 우선 먼저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을의 문제나 어려움이 마을 밖에서 논의되거나 협조되어 진다면 마을에 대한 애착이나 결속력을 강화하기는 힘들겠죠. 마을 속에서 나눌 수 있는 나눔 문화를 만들어 가며, 마을단위의 자원조직망을 마련하고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ONE사업(하나 더 나눔 문화만들기)과 같이 일상생활에서 개개인이 하는 일들을 하나만 더 하여 이를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자는 것입니다. 즉 김장김치를 만들 때 한 포기만 더하여 지역의 가까운 이웃에게 한 포기 나누는 일로부터 마을의 이야기와 나눔 문화가 만들어 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주 작은 일, 힘들이지 않고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로 서로 나누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오래할 수 있고 진정한 생활복지, 마을 공동체가 완성될 수 있습니다.

셋째, 마을의 힘을 키워야 합니다.

마을 만들기는 관심과 참여라는 두 가지 요소로 시작합니다.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큰 결과로 나타나듯이, 그 작은 움직임을 만드는 것부터 중요합니다. 그 작은 움직임은 마을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따라서 마을에 대한 애향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마을단위에서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 - 금전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 만족감, 삶의 질 향상, 자아존중감 등 심리정서적인 측면이 중요 - 를 높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람들 간의 관계성이 높아지고 이를 통해 정서적 안녕을 경험할 수 있다는 기대효과를 높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마을 만들기 사업은 행동으로 표현되는 참여가 필요합니다. 즉, 마을 만들기 사업의 참여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는 긍정적인 성공 경험을 통한 마을 주민의 역량강화가 그 핵심이 됩니다. 즉, 마을단위에서 문제해결 방식을 갖고 마을이 구성원의 임파워먼트를 높일 때 마을의 자생력이 길러질 수 있다는 것 입니다. 마을의 힘을 키운다는 것이 국소주의적 마을단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 동등한 교류관계 형성을 위한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넷째, 마을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개개인의 개별화된 생각만으로는 마을을 완성할 수 없습니다. 개인적인 이익이 없더라도 공동의 삶을 완성해 나갈 때 모두가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들고 개인의 이익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마을을 중심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마을 단위로 함께 고민하고 협조할 수 있는 공동의 사업이 있어야 합니다. 즉, 공동의 과업을 달성하는 과정을 함께 경험하는 역사를 통해 마을에 대한 자부심과 마을 만들기 사업의 목적성을 함께 간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사회가 마을단위로 재생산되고 주민들이 마을에 대한 공동 관심사를 확인하고 실천하는 자세를 키우는 것은 마을에 대한 공동과업 - 주거환경개선, 주민교육, 편의시설 확충, 문화․복지시설의 마련 등 - 을 실천하려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비전을 함께 공유하고 마을을 중심으로 공동체 사업을 실천할 때 그 시너지 효과는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다섯째, 마을과 마을 단위로 상호 교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형성된 마을 사업들은 마을단위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을 자체 자구력과 임파워먼트를 토대로 외부 지역의 마을과 끊임없이 교류하고 관계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을과 지역사회, 공동체의 부정적인 의미는 폐쇄성이 될 수 있습니다. 그들 안에서의 교류와 관계는 높아 정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을지라도 외부와의 교류와 관계를 확대하지 않으면 고인 물처럼 썩을 수 있습니다. 변화와 발전도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현대의 사회는 급변하는 정보화 사회이며, 연대와 협력의 사회입니다. 부족한 자원을 확보하고 가진 재능과 기술을 더 많은 이들에게 나눌 수 있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지역과 관계하고 연대하는 자세를 갖춤으로써 개방적 마을, 능동적인 마을, 협력적인 마을이 가능하리라 봅니다. 
 
마을 만들기의 힘은 사람과 교육 
 
공동체로서 주민 주체적인 마을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마을의 핵심 주체를 양성하는 노력을 통해 마을 만들기가 주민 스스로의 온전한 삶의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의 주민들에 대한 투자가 가장 중요합니다.
지역에서, 마을을 기반으로 일을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마을 운동은 결국 누군가 몇 몇에 의해 계획적으로, 강제적으로, 지시적으로 시행될 수 없습니다. 마을 전체가 공유하고 인정될 때 가능합니다. 이러한 공유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나누고 공유할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부터 마을사업은 시작됩니다. 이러한 만남의 과정은 새로운 사람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즉 그동안 잠재적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개인적인 생각에 머물러 있던 개인들을 마을의 리더로 개발하고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공동의 투자 자산으로 성장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생각을 교감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폭을 넓히고 현상에 대한 이해와 학습의 깊이를 보다 깊게 함으로써 다각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방법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중요한 것이 교육입니다. 마을의 문제는 수용해야 할 부정적인 것들이 아니라 변화하고 개선시켜야 할 과업으로 판단하는 능동적 사고를 키울 수 있는 힘, 그 힘은 교육을 통해 가능합니다. 결국 주체적인 사람을 만드는 것은, 마을 단위의 주민교육을 통해 보다 다양하고 질적인 교육이 마을단위에서 지원될 수 있도록 공교육과 연계하고 실천현장으로 마을을 제공하고 경험을 공유하고 교감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마련함으로써 보다 발전적인 지역 주민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주민교육 지원은 교육소외 지역을 우선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의사소통훈련과 감성훈련, 코칭기법과 리더십 훈련, 자기표현 강화훈련, 자기만족감 및 지지훈련, 정서적 교류와 자기이해 등 내면의 힘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통하여 거주 주민들의 이해와 교류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이와 더불어 사회정책과 사회현상에 대한 이해, 가치와 철학에 대한 자세, 인문학 과정과 인권 등 권리로서의 역할, 직업 및 노동교육, 문제해결 능력과 임파워먼트에 대한 교육 등 다양하고 심층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합니다. 
 
주민이 주인이 되는 마을 만들기 
 
근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지금의 마을은 역사속의 마을처럼 주체적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피동적으로, 지리적인 범주로서, 그 속의 개인은 개별적인 피상체로서만 기능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즉, 마을 전체의 형태는 하나로 단단해 보이지만 그 속은 하나하나 개개인이 낱알로 존재하여 공동체로 연대되지 못하는 약한 체계로서 기능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도움이 필요한 소외지역이나 상대적 빈곤을 겪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 마을은 거주의 공간으로만 존재하였기에 언제든 떠날 수 있고 거주 주민들과의 관계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서비스나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인식하였고 변화, 또는 발전의 주체로서 기능하리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하지만, 그 동안 외부체계(국가, 정치, 정책 등)에 의해 조정되었던 마을이 이제는 내부체계(주민주체)에 의해 마을속의 주민이 주체적으로 조율과 통제, 협력과 균형을 이끌어 냄으로써 마을의 자생력과 주체성을 명확히 확립해 나가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즉, 삶 속에서 느끼는 변화의 주체적인 실천이 지역사회를, 마을을 단위로 생산적으로, 발전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 가능성도 보이고 있고, 변화의 중요성을 알고 변화를 위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도 알고 문제해결 방법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변화를 위해 나아가도록 지지하고, 조력하고, 참여하는 능동적인 역할을 시도하기 보다는 문제 해결 방안이 수립되고 해결된 그 결과적인 모습만 바래왔던 우리들 스스로의 모습들을 반성하면서 이제는 변화 주체가 마을단위, 즉 나를 포함한 지역주민에 있고 나로부터 시작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마을의 주민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공부하고, 마을의 이야기로 공감하고, 마을의 구성원에 대한 정을 나누고, 주체로서 변화할 수 있다는 긍정적 생각으로 자신 있게 참여함으로써 마을의 공동체를 완성하는데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을 만들기는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만남을 강조하는 관계지향의 사람 사는 세상을 실현하는 우리들이 하는 아주 작고 소소한 지역의 활동입니다. 중단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서로 서로에게 나눌 수 있도록 마을의 일에 언제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와 변화의 과정이 더딜지라도 서서히 만들어지는 마을을 바라보며, 함께할 수 있는 여유있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