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칼럼

강대중(서울대학교 교육학과 부교수)

학교 가기 싫은 초등학교 1학년 딸에게 배운 것

강대중(서울대학교 교육학과 부교수)

지난 5월 내내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된 둘째 딸과 실랑이로 아침을 시작했다. 입학한 지 두 달이 지나면서 둘째는 그만 학교가 싫어졌다. 3월초 새 신발 신고, 새 가방 메고 매일 환하게 웃으며 즐겁게 학교를 갈 때와는 정반대가 된 것이다. 아침마다 둘째는 침대에 무슨 접착제가 붙어있는 양 베개를 끌어안고 도통 떨어지지 않았다. 겨드랑이로 손을 넣어 억지로 일으키려고 해도 작은 몸으로 있는 힘을 다 쓰며 버티곤 했다. 그래도 달래고 어르면 일어났었는데, 엊그제는 막무가내로 학교에 가기 싫다며 일어날 생각을 안했다. 다른 도리가 없어 방문을 닫고 누워있는 둘째 곁에 앉았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 왜 이렇게 학교 가기가 싫어?”
“싫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구나?”
“애들이 놀린다 말이야. 선생님도 무서워. 학교에서 배우는 것도 재미 없어. 팔 아프게 글씨만 쓰라고 하고.”

 

누가 그렇게 놀리냐 물으니 남자 아이 이름 셋을 댄다. 놀리는 아이들 말고 친하게 지내는 아이들은 없냐 했더니 서너 명 이름을 대는데 표정이 시큰둥하다. 놀리는 아이들이 오늘도 있으면 아빠에게 저녁 때 얘기해주고, 아빠가 언니랑 의논해서 그 아이들이 또 그러지 못하게 하면 어떻겠냐고 하는데 둘째가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2층 침대 윗간에서 내 얘기를 듣고 부스스 일어나 아래를 내려다보던 큰 딸은 같은 학교 5학년이다. 둘째가 말했다.

 

“OOO(놀리는 아이 이름) 형은 6학년이라구. 걔는 형한테 얘기할 거 아니야. 그리고 언니가 왜 그렇게 해야 하는데.”

 

말문이 막힌 내가 큰 아이를 올려다보는데, 둘째가 갑자기 베개에 머리를 박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왜 학교가 있냐구! 누가 학교란 걸 만들어서 매일 아침마다 가게 만들어 놓았냐구!”

 

아침부터 울음을 터뜨린 둘째를 다독거리는데 머릿속에 ‘지금 너 뭘 하고 있는 거냐?’는 물음이 떠올랐다. 그동안 둘째와 실랑이를 하며 나와 아내는 둘째에게 학교를 가지 않았을 때 벌어질 사태를 늘 얘기했었다. “엄마, 아빠, 언니가 다 집에서 나가야 하는데 너 혼자 집에 어떻게 있을 거냐?”가 가장 빈번하게 했던 말이었다. 버티던 아이는 결국 일어나 세수하고 옷 입고 온 가족 아침 출근길을 따라 나섰다. 그러는 동안 아이는 학교는 어쩔 수 없이 참고 견디며 다녀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 학교를 만든 누군가에게 화가 단단히 난 것이다. 이제 초등학교 석 달을 다녔는데 앞으로 10년이 넘는 시간을 더 참고 견디며 학교를 다니게 되면 아이의 배움의 삶이 어떻게 될까에 생각이 미치자 등골이 오싹해왔다.

 

지금부터 90년 전인 1926년 에두아르드 린드만은 <성인교육의 의미>라는 책 서두에 “교육은 즐거운 일이 아니라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기 위해 참고 인내해야 하는 ‘무엇’이 되어버렸다”(3쪽)고 썼다. 린드만은 당시 최고 교육을 받은 대학생 대부분이 졸업과 더불어 배우는 삶을 끝내버리는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학사모를 쓴 대학졸업생들이 “교육 받았다고, 젠장!”이라고 외치는 모습을 담은 풍자만화까지 인용하며, 교육이 참고 견뎌내야 하는 것으로 전락한 현실을 고발했다.

학교를 졸업하며 배움과 무관한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 대부분의 성인들은 가방 끈은 길지만 좀 어려운 책은 읽어내기 버거운 그저 그런 기성세대가 된다. 그들에게 교육이란 자식 세대를 학교로 보내고 그저 참고 견디라 닦달하는 정도의 일이 될 것이다. 5월 어느 아침에 나도 그런 기성세대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린드만은 미래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참고 견디며 받아야 하는 교육이 아니라, 삶 전체가 학습이 되는, 학습자의 상황과 경험을 존중하는 새로운 종류의 교육이 희망이 될 것이라 예언했다. 그는 교육받았다는 것은 단순히 정보와 지식을 많이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이 많아진 삶에서 빛을 발견해 낼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인간으로서의 원숙함에 도달하기 위한 배움을 평생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평생학습, 평생교육이 지향해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이보다 더 분명하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학교교육의 문제점들을 제기하며 학교 없는 사회를 상상했던 이가 이반 일리히다. 일리히는 1970년에 낸 저서 <학교 없는 사회> 에서 “‘학교화된’ 학생들은 수업을 공부라고, 학년 상승을 교육이라고, 졸업장을 능력의 증거라고”(24쪽) 혼동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르침에 의존해야만 배울 수 있다는 환상을 학교교육이 확산시킨다고 비판했다.

 

사실 대부분의 배움은 일상생활에서 얻는 다양한 기회 속에서 일어난다. 잘 따져보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경험은 매우 풍부하고 다양하다. 린드만이 말한 대로 다양한 경험이 일어나는 삶과 생활이 곧 학습의 장이 된다면, 참고 견디며 매일 학교를 다닐 필요는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다.

 

일리히가 아무 대안도 없이 학교 없는 사회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그는 “배우고 가르치는 능력을 행사한다는 모든 사람의 평등한 권리”(58쪽)에 기초한 공부망을 제안했다. 공부망은 “공부하는 사람은 공부하기 위해 어떤 종류의 사물과 사람들을 접촉하기 원하는가?”(156쪽)라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그 물음에 답하며 필요한 사물과 사람들을 서로 연결시킨 것이 공부망이다. 도서관, 실험실, 박물관 등 각종 전시관은 공부하는데 필요한 사물들의 보관 장소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공부하기 원하는 모든 사람들은 공부에 필요한 모든 자원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일리히가 꿈꾼 학교 없는 사회의 공부망은 각종 사회 조직과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평생학습을 위한 거대한 네트워크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전 세계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지식 정보 서비스 덕분에 각종 모바일 기기를 손에 달린 두뇌로 활용하며 살아간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인터넷에 존재하는 지식과 정보를 언제 어디에서나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알파고처럼 똑똑한 인공지능이 우리의 필요에 최적화된 지식과 정보를 우선순위를 정해 알려주기도 한다. 그러니 아는 것이 무한대로 많아진 이 시대에 더 절실한 것은 삶에서 빛을 발견하는 배움, 인생의 원숙함에 도달하려는 배움일 것이다. 평생학습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바도 이것이다.

 

아마도 초등학생 두 딸은 앞으로도 학교에 가기 싫은 날이 많을 것이다. 큰 딸은 오늘도 다음 주 수학 시험을 보는 날은 학교에 가기 싫다고 했다. 둘째 딸 역시 친구들과 관계가 좋아질 때까지는, 또 그렇게 된 이후에도 참고 견디며 학교를 갈 날이 또 생겨날 것이다. 그러니 나는 앞으로도 두 딸과 실랑이를 벌일 아침이 참 많을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학교에 가지 않았을 때에 벌어질 일로 두 딸을 위협하지 않을 참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두 딸이 학교를 아주 싫어하게 되더라도 배우는 것 자체를 참고 견뎌야 하는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도록 좀 더 세심하게 돌볼 생각이다.

 

아이들이 놀이터 친구들에게서, 엄마 태블릿으로 접속하는 인터넷에서, 침대에서 뒹굴며 읽는 책에서 배우는 것이 무엇인지를 더 많이 말하게 하고, 아이들이 그 경험에서 무엇을 더 배울 수 있을 지를 살펴 들으려 한다. 평생학습은 학교와는 비교할 수 없이 크고 넓은 우리의 삶과 인생, 생활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어른이든 아이든 누구나 평생학습자로 살아간다. 아이들이 자신의 삶 전체를 배움의 장으로 삼게 되면, 아이들은 싫어하는 학교도 배움의 장으로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불가능한 것도 아니며 어쩌면 아주 쉬운 일일 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Illich, I. 지음. 박홍규 옮김. (1970/2009). 학교 없는 사회 . 서울: 생각의나무.
∙Lindeman, E. C. 지음. 강대중 김동진 옮김. (1926/2013). 성인교육의 의미. 서울: 학이시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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