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칼럼

김청연(한겨레 교육섹션 '함께하는교육' / NIE매체 '아하!한겨레' 담당기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국․영․수보다 중요한 이유

김청연(한겨레 교육섹션 '함께하는교육' / NIE매체 '아하!한겨레' 담당기자)

 

 

‘방탄소년단’, ‘국민청원’, ‘공휴일’

  얼마 전, 청소년들과 ‘5분 뉴스 찾기’ 활동을 했을 때 아이들 입에서 나온 단어들이다. ‘각자 휴대폰으로 5분 동안 뉴스를 검색해본다. 어떤 창구를 통해 검색을 했냐는 관계 없다. 5분 뒤 기억에 남는 뉴스 열쇳말을 말해본다.’ 이 활동은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기자 진로 체험 교육, 미디어(기자) 글쓰기 수업 등을 할 때마다 이 5분 뉴스 찾기 활동을 꼭 넣어본다.   

  이 활동을 처음 알게된 건 신문활용교육 등으로 교육계에서는 잘 알려진 경희여중 강용철 교사의 수업을 취재했을 때였다. 강 교사는 이런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이 스스로 뉴스를 어떻게 소비하는지 의문을 던지고 있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유튜브 ‘세상을 바꾸는 시간’에서 ‘뉴스 읽기 교육이 필요한 이유’를 참고하시면 좋겠다. 

 

정보 창구 늘어났지만, 제대로 된 정보는 줄었다

  이미 눈치 챈 분들도 있을 거다. 방탄소년단, 국민청원, 공휴일…. 청소년들이 뉴스를 통해 관심 있게 봤다고 찾은 단어들은 그날 5분 뉴스 찾기 활동을 했을 때 주요 포털 사이트(이하 ‘포털’)에 실시간 검색어로 올라온 단어들이다. 물론 이 단어들을 찾은 경로는 조금씩 다르다. ‘포털에서 찾았다’가 가장 많았고, ‘페친과 트친이 공유한 내용에서 찾았다’고 말한 친구들도 있었다.

  아이들이라서 이런 걸까. 어른들도 뉴스 검색을 해보라고 하면 대개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평소 신뢰가 간다고 생각하는 언론 매체 어플을 깔아두고 그 창구서 뉴스를 접한다거나 포털에서 뉴스를 검색한다 해도 본인이 평소 관심 있는, 이를테면 ‘정치’, ‘사회’, ‘문화’ 등 카테고리를 클릭해 뉴스를 접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대다수가 누군가 미리 선별해둔 뉴스들 위주로 정보를 접한다. 뉴스에 직접 접근한다 해도 연예 뉴스나 ‘충격’, ‘경악’ 등 자극적인 제목이 붙은 뉴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을 거다. 수요자 문제만은 아니라고 본다. 누구나 자극적인 단어와 이미지에 먼저 반응하게 돼 있다.

  언론사 누리집, 포털,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활자매체가 주가 되던 시절보다 정보 창구는 다양해졌지만 사람들이, 청소년들이 정말 다양한 정보,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이른바 ‘낚시성 기사’로 불리는 ‘어뷰징’, ‘광고형 뉴스’, ‘선정적인 뉴스’, ‘가짜 뉴스’ 등이 너무 많아졌다.

  그러잖아도 국, 영, 수 공부에 진로탐색까지 하느라 바쁜데 이런 게 아이들에게 뭐 그리 중요할까 싶기도 하다. 눈 뜨면 스마트폰부터 찾는 시대 아닌가. 지금의 부모들이 청소년이던 시절 신문, 텔레비전, 라디오 그리고 책 등으로 정보를 만났다면, 요즘 청소년들에게는 포털,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이 정보를 물어다주는 창구다. 과거의 정보 창구들이 전달하는 정보들이 나름 잘 정제돼 있었다면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지금의 정보 창구들은 정보의 핵심은 제쳐놓고 부차적인 요소들만 보여주려고 머리를 쓴다. 그 끝에는 대개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들이 있다. 

  교육면 담당 기자를 하면서 2년 전부터 관심을 갖고 보는 주제가 하나 있다. ‘리터러시’(literasy)다. 리터러시의 사전적 의미는 ‘문자화된 기록물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다. 우리 말로는 ‘문해력’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가’라는 단어를 읽고 ‘가’라고 발음하는 걸 넘어 ‘가’가 문장 안에서, 다른 문장과의 사이에서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책은 소리내 읽을 줄 아는데 자신이 읽은 문장 속 또는 문단 속 의미를 다시 설명할 줄 모르는 사람은 리터러시 능력이 부족한 거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 콘텐츠는 여러 방법으로 청소년을 유혹한다

  리터러시에 관심을 기울이던 중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 ‘미디어 리터러시’가 주요 화두가 됐다는 걸 알았다. 리터러시가 책이나 신문 등 고전적인 형태의 매체의 읽기 이해 능력을 뜻했다면, 미디어 리터러시는 책, 신문을 넘어서 우리가 매일 쉽게 접하는 모든 미디어 채널이 주는 정보를 이해하고, 그 채널 자체와 채널이 소개하는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능력을 뜻한다. 

  단어, 문장, 이미지, 편집(배치)…. 지금 시대 미디어는 여러 도구를 이용해 정보들을 잘 포장하고 미디어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청소년 수요자를 예로 들어보자. 이들이 미디어 콘텐츠를 선택하게 만드는 건 비교적 쉬운 일이다. 온라인 기사의 경우,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연예인의 이름에 ‘충격’, ‘눈물’, ‘경악’ 등의 자극적인 단어만 붙이면 기본 클릭 수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단어에 시선을 두고 이 뉴스를 클릭한 아이는 뉴스 아래 붙은 광고에까지 다가가기 쉽다. 광고들은 한 번 클릭하면 인터넷 창을 열 때마다 나타나도록 설계돼 있다. ‘스마트폰 그것 좀 그만 봐.’ 이렇게 말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어른들도 스마트폰을 하루 종일 손에 쥐고 산다. 호기심 많고, 재미있는 걸 좋아하는 청소년들에게 ‘절대 보면 안 된다’고 해봤자 통할 일도 아니다.

  이렇게 보면 국어책을 읽고도 글의 맥락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즉 ‘리터러시 능력이 부족한 아이’ 못지않게 위험한 게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이 부족한 아이’일지 모른다. 그런 이유로 부모나 교사들을 만나면 ‘저도 미디어 관련 종사자이지만 미디어를 맹신하지는 마세요’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금의 미디어가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떤 도구로 수요자들을 어떻게 유혹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역사적인 날, 일간지 1면을 갈무리해 함께 읽어보자

  사실 미디어 채널 자체와 그 속의 정보들을 이해하는 법을 가르치는 교육, 즉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그리 어려운 건 아니다. 조금만 신경 쓰면 재미있게 해볼 방법도 많다. 

  내 경우에는 청소년들을 만날 때마다 그 첫단추로 종이신문을 많이 활용한다. 스티브잡스가 세상을 떠난 다음 날, 대통령 탄핵 다음 날, 대통령 선거 다음 날, 남북정상회담 다음 날…. 개인적으로 이런 식으로 큰 뉴스 거리가 터진 다음 날 일간지들 1면을 갈무리해둔다. 이 1면 이미지 몇 장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가운데서도 ‘뉴스 리터러시’ 교육을 해볼 수 있다. 같은 정보를 놓고 어떻게 다르게 정보를 담아냈는지 비교해보는 것이다. 같은 사안에 대해 신문들이 뽑은 다른 제목(헤드라인)을 놓고 각 신문이 특정 사안을 어떻게 바라봤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신문마다 사진을 어떤 크기로 배치했는지, 인물이 들어간 사진의 경우 그 모습을 어떻게 찍었는지(근경/원경 등에 따라)도 비교해볼 수 있다. 기사 분량은 어떻게 배분했는지, 1면 하단에는 광고가 있는지(있다면 어떤 광고인지) 등을 알아보는 활동도 좋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꺼내보는 것이다. “미디어는 완벽하게 객관적이지 않아요. 다 자기 관점을 갖고 의도된 단어를 씁니다. 의도된 편집(배치)을 하고요. 우린 그걸 객관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중요한 건 그것과 관련해 여러분만의 의견을 갖는 겁니다.”

  일간지 종이신문들을 비교하며 읽는 활동과 더불어 해볼 수 있는 게 ‘온라인 기사 읽어보기’ 활동이다. 실시간검색어 상위권 단어들 가운데 하나를 포털에서 검색해본다. 검색에 따라 나온 인터넷 기사 3개 정도 골라 내가 왜 그 기사를 선택했는지, 기사들이 어떤 제목(헤드라인)을 달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본다. 각각의 기사 페이지 안에 배치한 광고는 총 몇 개인지, 광고를 어떤 식으로 배치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좋다. 

  온라인 기사를 넘어 유튜브 채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은 접근법이다. 얼마 전, 유튜브 채널에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 가운데 하나인 ‘겨울왕국’을 선정적으로 만든 동영상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겨울왕국 주인공인 엘사가 나체에 가까운 헐벗은 몸으로 남성 캐릭터와 신체 접촉을 하는 영상이 담겼던 것이다. 학년이 높은 아이들의 경우, 유튜브 채널 등에서 이런 식의 선정적인 영상이 얼마나 돌고 있는지, 이를 규제할 방법은 없는지, 왜 이런 영상들이 도는지 등을 알아보게 하고 토론하는 것도 방법이다.

 

‘미디어 체험’ 많으나 ‘미디어 독해와 이해’는 없다

  해외에서는 이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꽤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 스토니브룩대학의 뉴스리터러시센터에서는 ‘구텐베르크부터 저커버그까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고교생들에게 이미지의 힘, 진실과 입증, 신문 뉴스 분해하기, 소셜 미디어 분해하기, 뉴스의 미래 등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는 교육프로그램이 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클레미’라는 국립 미디어 교육센터를 중심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는 2~5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어린이집, 유치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신문과 잡지가 어떻게 다른지(상대적으로 글자 수가 많고 낱장으로 이루어진 것이 신문, 사진이 많고 두툼한 묶음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잡지) 구분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식. 매체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속성부터 가르쳐주는 것이다. 떠들거나 보챈다고 아이들에게 대뜸 유튜브 채널부터 보여주면서 미디어에 대한 교육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우리나라 문화와는 다른 모습이다.

  우리나라에도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한 관심이 조금씩 늘고 있긴 하다. 한데 아직까지는 ‘팟캐스트 만들기’, ‘유튜브 크리에이터 되기’ 등 체험 위주 활동에 치우쳐 있다. 기본적으로 미디어의 속성에 대해 이해해보는 리터러시 교육은 많지 않다. 미디어의 속성을 이해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교육을 먼저 한 뒤 본격적인 미디어 체험을 해도 늦지 않을텐데 말이다.

  세상은 뉴스로 가득 차 있고, 사람들은 좋건 싫건 간에 그 뉴스에 노출된다. 정보 배포 채널은 날이 갈수록 늘어난다. 그리고 매체들은 경쟁하듯 더 선정적인 방법으로 수요자들을 유혹한다. ‘스마트폰으로 그거 좀 그만 봐.’ 아이들에게 이런 말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젠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져봤으면 좋겠다.

  ‘함께 볼까? 그리고 어떻게 이해했는지 이야기 나눠볼까?’ 

 

 

 ※ 이 칼럼은 관련 분야 전문가의 의견으로 재단의 사업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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