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인한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환경이 악화된다면 멸종위기종 동식물의 증가, 물 부족, 식량 위기, 빈곤 문제 등을 초래해 인류의 생존 기반 자체가 위협받을 상황이어서 세계 각국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문제는 그 원인이 산업혁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세기 중엽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한 산업화․도시화가 가속화되어 대량생산, 대량유통, 대량소비사회로 이행되면서 자연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위기감이 표출된 것이 1972년 로마클럽의 제1차 보고서인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이다. 이 보고서를 통해 인류는 경제성장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되었다. 그 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인간환경선언’을 채택한 이래 지구환경문제는 인류 공통의 시대적 과제라는 인식을 각국이 공유하게 되었다. 6월 5일이 세계 환경의 날로 제정된 것도 이맘 때이다.

유엔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공동 개최 선언에서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라는 말이 공식 사용되었다. 1987년 ‘환경과 개발에 관한 세계위원회(WCED)’가 발표한 ‘우리의 공통된 미래(Our Common Future)’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미래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 뒤 1992년 브라질 리우회의에선 지구환경보전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계획인 ‘의제 21(Agenda 21)’이 채택됐고, 1994년 영국 맨체스터 지구환경회의에선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자(Think globally, Act locally)’를 모토로 환경보전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 및 책무를 규정한 ‘지방의제 21(Local Agenda 21)’이 채택됐다. 1996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유엔인간정주회의(HabitatⅡ)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을 보편화시키고 도시환경문제의 해결방안으로 도시문제 전반과 연계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환경국제회의를 통해 오늘날 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환경문제는 도시의 경제․사회체계를 구조적으로 변혁하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게 됐다. 이러한 배경에서 자연환경과 인간의 조화를 모색하면서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추구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이 생태도시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지구온난화방지 교토회의(COP3) 제3차 당사국총회에서는 지구온난화의 규제 및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인 기후변화협약의 수정안인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가 채택되었고 2005년 2월 16일 드디어 발효됐다. 지구온난화방지 교토회의 당시 언론사 기자로 있던 나는 일본 도쿄의 AMR이라고 하는 어메니티 환경단체에 1년간 해외연수를 하며 일본의 환경과 시민사회의 변화의 흐름을 눈으로 보고 정리할 기회를 가졌다. 교토의정서를 인준한 당사국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6종류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990년 수준보다 적어도 5.2% 이하로 감축할 것에 합의했다.

21세기 들어와서 주목할 것은 온실가스의 대폭적인 감축을 위해 주요 배출국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해온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2007년 2월 제 4차 평가보고서 제 1 실무그룹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는 ‘20세기 중반이후 관측된 세계 평균기온 상승의 거의 대부분은 인위적인 오염원의 온실가스의 증가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90%의 확신을 갖고 단언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1세기 내에 지구 평균기온은 1.1~6.4℃ 증가하고 해수면은 0.18~0.59m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1.5~2.5℃ 이상 더 높아지면 동식물의 약 20~30%가 멸종위기에 직면하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제 4 차 보고서는 지금까지의 IPCC보고의 흐름을 담은 완곡한 것이었지만 그 내용은 과학적으로 ‘저탄소사회’의 개막을 알리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이러한 온실가스의 증대를 막기 위해 저탄소사회 만들기 및 저탄소도시 조성의 필요성이 절박하게 제기되고 있다. 2007년 7월 독일 하인리겐담에서 열린 G8(주요 8개국)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저탄소사회로 가는 지름길로, 2050년에는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을 지금의 반 이하로 만들자고 합의했다. 2009년 7월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열린 G8 정상회의에서는 2050년까지는 이산화탄소를 지금보다 80% 이상 감축하는 내용을 포함한 정상선언을 내놓았다. 이제 세계는 ‘저탄소사회’로 크게 방향키를 돌리고 있는 것이다.

2006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에 대한 도시계획 구역 내 거주 비율인 도시화율은 90.3%에 이른다. 이처럼 인구와 경제활동의 대부분이 집중되어 있는 도시는 대량생산, 대량유통, 대량소비와 같은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대량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따라서 온실가스의 문제는 곧 도시의 환경문제라고 할 수 있으며,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저탄소 정책은 도시 측면에 접근해야 효율적이며 실질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저탄소사회로 전환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저탄소도시의 조성이라 할 수 있다.

저탄소도시와 관련하여 미국의 Rice 박사는 2009년 논문에서 미국 지자체가 수십 년간 개발 적용해온 기후변화 완화 및 대처 프로그램인 미국 시장 기후보호협약(US Mayors Climate Protection Agreement)의 분석을 통하여 도시의 정책 영역의 핵심이 기후변화 대응에 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지자체가 환경정책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고, 온실가스 목록(inventory)의 작성 및 실행 그리고 시민참여가 도시 환경정책의 목표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도시계획은 도심의 재개발 및 재건축 그리고 근교의 신도시 건설 등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 형태로 이루어져 왔다. 이는 고비용 고에너지 고탄소 배출의 주거형태로 저탄소도시 만들기 차원에서 합당하지 않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근래 일부 대도시 주변의 신도시들이 생태도시 혹은 저탄소도시 조성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중 경기도 김포양촌 신도시의 경우 자연환경을 고려한 도시건설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형태의 친환경시설을 설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최근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의 경우 기존의 대규모 신도시 건설과는 다른 ‘탄소중립도시’ 개념을 바탕으로 새로운 신도시 건설을 추진 중이다. 저탄소도시 조성에 있어 핵심은 도시의 주민 참여이며, 이들 대부분이 거주하는 아파트단지의 저탄소화, 즉 저탄소 친환경사업의 추진이야말로 저탄소도시 조성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저탄소 녹색성장’을 강조하며 ‘성장’에 치우쳐 있어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저탄소도시 조성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에서 다소 벗어난 면이 많고, 다른 나라에 비해 체계적인 추진이 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저탄소도시 조성과 관련하여 경제적 가치평가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종래 생태도시가 종합적인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개념이라면 저탄소도시는 근래 지구온난화 문제에 집중 대처한다는 의미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이러한 목표 하에 도시 인프라나 소프트웨어를 설계,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저탄소도시는 탄소중립도시, 녹색성장도시, 저탄소녹색도시, 배출제로도시 등의 개념을 포괄한다고 볼 수 있다. 저탄소도시는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생태도시의 새로운 형태로 21세기적 시급성에 기인한 ‘전략적 용어’라고 볼 수가 있다. 저탄소도시 개념에는 환경, 경제,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중시하고 있기에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굿거버넌스가 전제가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저탄소도시의 대표적인 사례는 일본 교토나 덴마크의 코펜하겐 호주의 시드니 등을 들 수 있다. 저탄소도시는 온실가스 감축 및 흡수를 위하여 신재생에너지 활용, 에너지절약, 친환경 대중교통 확충, 공원녹지 조성 등 도시계획의 핵심요소를 환경교육 및 굿거버넌스를 통해 체계적이면서 효율적으로 실천하는 도시이다. 이러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실천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 목록의 작성, 배출량 감축 목표의 설정, 지역실행계획의 개발, 정책․조치의 실행, 결과 모니터링 등 과정의 체계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거버넌스시대에 행정의 입장만이 아니라 시민 또는 주민이 저탄소도시 조성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환경 개선을 위하여 어느 정도 지불의사가 있고, 어떤 분야의 개선을 선호하는 지를 알아보는 것은 향후 정책 수립을 위하여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고민은 나의 경우 학문적으로 연결이 됐다. 17년 동안 주로 환경전문기자로 저널리즘에 기초한 글을 써오던 입장에서 환경경제학을 전공해 이러한 것을 실증분석을 통해 나름 대안을 제시해보려고 노력했다. 그런 노력의 하나가 ‘저탄소도시 조성의 편익 추정 및 선호도 분석에 관한 연구-부산광역시 해운대 신시가지를 대상으로’라는 주제의 경제학 박사학위 논문이 그것이다.

결론부터 보자면 이렇다. 부산시 해운대 신시가지 주민들은 저탄소도시 조성을 위해 자신의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저탄소 친환경사업을 실시할 경우 매월 관리비로 약 1만원을 지불할 의사가 있으며, 저탄소 친환경사업으로는 태양광패널 설치와 같은 신재생에너지 활용, 생태주차장 조성, 저탄소도시 환경교육, 빗물재이용, 녹지 증대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저탄소도시 조성을 위해 아파트단지 내 주민들이 저탄소 친환경사업을 추진하는 데 얼마의 비용을 낼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부산시 해운대 신시가지 아파트단지 주민 3만2천여 가구를 대상으로 1,000부의 설문지를 배포하여 유효표본수 645부를 회수, 99%의 신뢰수준에서 실증분석을 했다. 실증분석 결과, 저탄소 친환경 아파트 조성을 위한 아파트단지 내 저탄소 친환경사업 추진과 관련해 가구별 관리비 형태의 지불의사금액은 월 10,078원으로 추정되었다. 해운대 신시가지 전체 가구의 연간 관리비 지불의사금액은 총 38억7333만8,200원, 부산시 전체 아파트로 확대할 경우 최대 지불의사금액은 739억4,184만2,568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이러한 저탄소 친환경 아파트 조성을 위한 지불의사금액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는 크게 ‘저탄소 인식도’, ‘사회경제적 특성’, ‘환경 실천도’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 가운데 탄소세 도입 찬성과 친환경 아파트 입주의사가 있는 주민, 그리고 유기농산물을 정기구매하는 주민의 지불의사금액이 매우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아파트단지 내 저탄소 친환경사업에 대한 선호도를 분석한 결과, 전체 주민들의 사업선호도는 에너지저감(신재생에너지활용), 수자원 확보, 저탄소도시 환경교육, 자원저감, 녹지 증대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지불의사금액 유무에 따라 보면, 지불의사금액에 ‘예’라고 동의한 주민의 선호도는 신재생에너지, 저탄소도시 환경교육, 수자원 확보, 녹지증대, 자원저감의 순이며, 지불의사금액 유무와 관계없이 주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사업은 태양광패널 설치와 같은 신재생에너지사업이었다. 저탄소도시 환경교육의 경우 지불의사가 있는 주민에게는 선호도 2위였으나, 지불의사가 없다고 응답한 주민에게는 4위로 나타나 대조를 보였다. 결국 저탄소도시 조성을 위해선 환경의식이 중요하고 이러한 환경의식은 환경교육을 통해 길러진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 됐다.

아파트단지 저탄소 친환경사업 추진에 대한 주민들의 지불의사금액이 가구당 월 평균 1만원에 이른다는 사실은 저탄소도시 조성에 청신호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컨조인트 분석에서 나타난 아파트단지 내 저탄소 친환경사업 가운데 특히 에너지저감(신재생에너지)과 저탄소 환경교육에 대해선 보다 체계적인 보급 확산 대책이 요망된다. 이러한 주민들의 지불의사 및 선호도를 바탕으로 아파트단지의 특성에 맞게 주민들의 뜻을 반영한 저탄소도시 조성 정책이 수립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기존의 아파트단지의 저탄소 친환경 리모델링사업을 확산시키기 위하여 주민참여를 바탕으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한 저탄소 친환경사업 공모정책의 추진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향후 신도시 조성에 있어서는 이 같은 저탄소도시 조성의 기본 정책을 바탕으로 주민들과 거버넌스를 통해 추진할 때 효과적인 목표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네덜란드공대의 요안 노르그 교수는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우리도 저탄소사회 및 도시 만들기에 대해서 당위성만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살아가는 삶터에서 이러한 것들을 극복해나갈 수 있는 방안을 시민의 지혜를 모아 모색하고 행정과 함께 실천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