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칼럼

조홍섭(환경전문기자)

꿀빨이새와 아프리카 원주민의 달콥쌈싸름한 공생

조홍섭(환경전문기자)

포르투갈 선교사 조아우 도스 산토스는 1588년 현재의 모잠비크인 아프리카 소팔라에서 본 경험을 기록으로 남겼다. 작은 새 한 마리가 교회 벽 틈으로 들어와서는 촛대에 붙어있는 촛농을 떼어먹었다. 그래서 주민에게 물어보았더니 이 새는 춤과 노래로 사람을 이끌어 벌집이 있는 곳으로 가 사람이 꿀을 채취하고 남겨진 밀랍을 먹는 신기한 습관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 새가 바로 꿀빨이새이다.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에 분포하는 이 새를 원주민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었겠지만 서양인의 눈에는 정말 이색적이었을 것이다. 꿀빨이새와 아프리카 원주민 사이의 관계는 사람과 야생동물이 서로를 위하여 협동하는 사례로 유명하다. 꿀빨이새는 언제부터 어떻게 이런 행동을 하게 됐을까. 사람과 새 가운데 이런 행동으로 누가 더 득을 보는 걸까. 이런 질문은 동물행동학자와 진화론자, 인류학자에게 아직도 논란거리다.

 

먼저 이 새의 행동을 자세히 알아보자. 꿀빨이새는 길이 20㎝에 무게 50g인 작은 새로 언뜻 딱따구리처럼 보인다. 이 새는 듬성듬성한 건조한 숲에 사는데 수렵채취인들을 야생 꿀벌이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꿀벌은 바오밥나무 꼭대기처럼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나무속에 둥지를 튼다. 설사 용케 벌통을 발견한다 해도 내용물을 꺼내는 건 쉽지 않다. 사납기로 유명한 아프리카꿀벌의 공격을 견뎌내야 달콤한 꿀맛을 볼 수 있다. 사람을 비롯해 침팬지, 오소리 등 벌통을 노리는 동물은 많지만 꿀을 식량으로 삼을 정도로 따는 건 원주민뿐이다. 침팬지도 가끔 벌통을 찾아내지만 꿀을 제대로 먹기도 전에 분노한 꿀벌 떼에 쫓겨나곤 한다. 사람의 무기는 불을 이용해 연기를 피울 수 있다는 것과 벌침의 고통을 견디는 인내, 그리고 꿀빨이새와의 공조이다.

 

▲ DSC_2180-chopping-open-bees-nest-in-felled-tree     ©

 

원주민이 나무 위 야생 꿀벌의 집을 찾아내면 도끼질로 틈을 벌려 둥지를 드러낸 뒤 성난 꿀벌을 연기로 잠재우고 안에 든 꿀과 밀랍을 꺼내 나무 아래로 내려 보낸다. 벌집을 깨뜨려 꿀을 따는 것 못지않게 벌집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는 일이 힘들다. 그런데 꿀벌이 사는 곳을 귀신 같이 알아내고 게다가 사람을 그곳까지 안내해 주는 이가 있다면 얼마나 고마울까.

 

꿀빨이새가 원주민 근처에 다가와 평소와 다른 큰소리로 지저귀기 시작한다면 꿀벌 둥지를 찾아냈다는 신호다. 나를 따라와 꿀을 따라 가자는 제안인 셈이다. 수렵채취인이라고 누구나 꿀을 딸 수 있는 건 아니다. 필요한 기술과 도구가 있고 그럴 시간이 있는, 그리고 무엇보다 새의 신호를 알아듣는 사냥꾼은 흔치 않다. 꿀빨이새의 신호에 호응한 꿀 사냥꾼은 곧바로 입술을 떨어 “브르르르름~”하는 신호를 낸다. 새는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옮겨 앉으며 사냥꾼을 꿀벌 둥지가 있는 나무로 이끈다. 이 과정에서 사람과 새는 끊임없이 소리와 행동을 주고  받는다. 새는 사람이 제대로 따라 오는지 계속 확인하고 흰무늬가 있는 꼬리 깃털을 활짝 펴 주의를 끈다. 사람은 새에게 신호를 잇달아 보내 안내를 포기하지 않도록 북돋는다. 원주민은 벌통 사냥이 끝난 뒤 나뭇잎 위에 밀랍 자투리를 올려놓아 꿀빨이새에게 보답한다.

 

꿀빨이새가 사람의 신호를 얼마나 알아듣는지를 실험한 최근 연구가 있다. 클레어 스포티우디 영국 캠브리지대 동물학자 등은 2016년 7월22일치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모잠비크 야오족 사냥꾼 20명을 만나 인간과 새의 협동을 자세히 조사했다. 사냥꾼들은 모두 “아버지로부터 꿀빨이새를 따라가 꿀을 따는 법을 배웠다”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새를 따라갔을 때 꿀을 딸 확률은 75%에 이르렀다. 자연히 사냥꾼은 새에 의존하게 되는데, 발견한 벌통 4개 가운데 3개는 새와 공동작업을 한 결과였다.

 

연구자들은 과연 꿀빨이새가 야오족 사냥꾼이 내는 신호를 알아듣는지 실험했다. 꿀벌 둥지를 발견했으니 사냥하러 가자고 조르는 꿀빨이새에게 사냥꾼이 다양한 녹음된 소리를 들려주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았다. 야오족의 다른 소리, 예컨대 사람 이름 등을 계속 외쳤을 때 25%에서만 새가 계속 안내를 했다. 비둘기 울음소리 같은 다른 동물 소리를 냈을 때 성공률은 33.3%였다. 사냥꾼이 “브르르름~”하는 특유의 신호음을 내면 그 비율이 66.7%로 높아졌다. 연구자들은 “꿀빨이새가 사람이 내는 신호에 의미를 부여하고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밝혔다. 

 

사람과 동물 사이의 이런 소통은 개 등 가축에서는 흔하지만 야생동물에서는 드물다. 사람은 야생동물인 매와 가마우지를 이용해 사냥을 하지만 오랜 훈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꿀빨이새 말고 사람과 야생동물이 자발적으로 협력해 사냥하는 유일한 예는 아마도 미얀마와 브라질 원주민이 돌고래와 함께 하는 물고기 잡이일 것이다. 브라질 라구나 만과 미얀마 이라와디강 하구에서는 돌고래가 그물을 들고 기다리는 어민들에게 머리나 꼬리로 물을 찰싹 때리는 신호와 함께 숭어 떼를 어민들 가까이 몰아간다. 어민들은 신호에 맞춰 그물을 던져 숭어를 쉽게 잡는다. 어민과 돌고래의 협동이라고 해도, 어민이 듬뿍 잡은 물고기 일부를 돌고래에게 던져 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런 적극적인 보답은 없다. 돌고래는 쫓기던 물고기 떼가 투망에 의해 혼란에 빠지는 틈을 타 숭어를 수월하게 잡아내는 이득을 얻을 뿐이다. 또는 인간과 어울려 사냥하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꿀빨이새와 원주민의 관계도 돌고래와 어민 사이처럼 ‘협동’이 목가적인 것만은 아니다. 아프리카 탄자니아 북부의 에야시 호라는 면적이 4000㎢에 이르는 커다란 호숫가에 사는 하드자족도 꿀빨이새와 긴밀하게 협조해 벌통을 사냥한다. 그런데 이들은 자신을 꿀벌 집으로 안내한 새에게 자투리 밀랍을 던져주기는커녕 주변에 떨어진 마지막 밀랍 한 조각까지 모아 땅에 묻거나 멀리 숲속에 던지거나 불에 태워 없앤다. 이처럼 꿀빨이새에게 매정하게 구는 원주민들에게 왜 그렇게 행동하느냐고 물으면 하나같이 ‘새가 배부르면 안내를 게을리 한다’고 태연하게 대답한다. 이런 일방적인 관계가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

 

▲ 새가 포식하지 못하도록 자투리 밀랍을 태우는 하드자족 사냥꾼_브라이언 우드     ©

 

하드자족과 꿀빨이새의 호혜주의를 장기간 현장 연구한 브라이언 우드 미국 예일대 생물학자 등은 2014년 과학저널 <진화와 인간행동>에 실린 논문에서 다른 지역과 달리 새에게 보답을 하지 않는 하드자 원주민의 행동을 진화론적으로 분석했다. 하드자족 인구 1300명 가운데 전적으로 수렵채취로 살아가는 이는 250명 정도다. 꿀은 이들에게 아주 중요한 식량이다. 꿀이 한창 나오는 우기 말(3월~5월)에는 이들이 집으로 가져가는 식량의 20%가 꿀이다. 연간 섭취하는 칼로리의 약 15%를 꿀이 충당한다. 그러니 꿀 사냥꾼은 언제든 꿀벌 둥지를 털기 위해 활과 함께 도끼와 꿀통을 휴대한다. 하드자족은 꿀빨이새가 안내 신호를 보내면 앞의 야오족과 달리 멜로디가 있는 휘파람과 “기다려, 기다려”란 뜻의 외침으로 응답한다. 연구자들은 2006~2013년 사이 많은 하드자 사냥꾼을 따라다니며 꿀 사냥을 보았지만 꿀빨이새에게 꿀이나 밀랍을 나눠주는 일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얻는 것이 없는데도 새들이 안내를 하는 이유는 뭘까.

 

연구자들은 아무리 꼼꼼하게 습격 현장을 치워도 작은 새가 먹기에 충분한 자투리가 있을 것으로 보았다. 파헤친 벌통 주변에는 미처 수습하지 못한 벌의 알과 애벌레가 있을 터이다. 땅바닥에도 눈에 띄지 않는 밀랍조각과 꿀이 묻어있을 것이다. 마치 라구나 만과 이라와디 강에서 원주민이 돌고래에 잡은 생선으로 보답하지 않더라도 돌고래가 이득을 얻는 것처럼 말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관계를 ‘조작적 호혜주의’라고 이름 붙였다. 환경의 다양함만큼이나 원주민과 꿀빨이새의 관계도 똑같을 수 없다. 오히려 새가 먹기도 힘들 만큼 큰 밀랍 덩어리를 던져 주며 행복해 하는 다큐멘터리 화면이 자연스럽지 않다고 연구자들은 본다. 꿀은 원주민에게 군것질이 아니라 식량이다. 꿀벌 사냥이 중요해지면서 둥지 찾는 것도 점점 힘들어진다. 새에게 나눠줄 수 있는 양도 차츰 줄기 마련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눠주지 않는 쪽이 꿀 사냥에 득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인간과 꿀빨이새의 협력은 오랜 진화의 역사를 지닌다. 연구자들은 아프리카에서 기후변화로 열대우림이 초원지대로 바뀌면서 이런 관계가 생겼을 것으로 추정했다. 인류의 먼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300만 년 전 건조한 아프리카의 숲 언저리를 돌아다니면서 침팬지처럼 영양가 높은 꿀벌의 벌통을 노렸을 것이다. 사람의 조상은 침팬지처럼 뾰족한 막대기만 쓰는 것이 아니었다. 100만 년 전에 이르면 단단한 석기와 함께 불도 사용했을 것이다. 벌통을 훨씬 쉽게 파헤치고 벌떼의 공격을 견딜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변화를 곁에서 지켜본 새가 있었다. 새는 벌통의 애벌레와 밀랍을 좋아하지만 자신의 힘으로 나무속 벌통을 꺼낼 수는 없다. 처음엔 우연히 사람이 파헤친 꿀벌 둥지에서 먹을 것을 찾았지만 차츰 새라면 쉽게 알 수 있는 나무 꼭대기의 벌통 위치를 사람에게 알려 밀랍 자투리를 얻는 방법을 학습했을 것이다. 

 

▲ 야오족 꿀 사냥꾼이 그물로 잡은 꿀빨이새를 들어 보이고 있다_사이언스_ 2016_Spottiswoode et. al.     ©

 

꿀빨이새는 뻐꾸기처럼 남의 둥지에 탁란을 하는 새다. 다른 새가 알을 낳고 잠깐 둥지를 비울 때를 노려 자신의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어린 꿀빨이새는 숙주 새의 새끼를 날카로운 부리로 죽이고 어미의 먹이공급을 독차지한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상대를 이용하는 것은 꿀빨이새의 타고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새가 인간을 이용하는 것은 학습된 행동이다. 어린 꿀빨이새는 사람의 신호를 알아듣지 못한다.

 

스웨덴의 박물학자 앤더스 스파르만은 1777년 아프리카에서 ‘야생꿀을 발견하도록 이끄는 신기한 뻐꾸기 종류’에 관한 기록을 남겼다. 그는 “꿀 사냥꾼은 새에게 작은 대가를 남기는데 언제나 새가 배부르도록 많이 남기지 않도록 조심한다”며 “새의 식욕은 이 적선으로 조금만 충족되기 때문에 새로운 대접을 받기 위해 두 번째 둥지 찾기에 나선다”라고 적었다. 하드자에서의 연구결과와 비슷한 관찰이다.

 

 우리는 자연을 인간의 잣대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 자연이 살벌한 약육강식의 세계라거나 사람이 손을 대지 않는 한 조화롭고 호혜적인 곳이라고 멋대로 판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자연 속에서 인간과 다른 생물이 맺는 관계는 매우 복잡하고 주어진 생태적 여건 속에서 다양한 양상을 나타내기 마련이다. 그리고 사람은, 설사 수렵채취인이라 할지라도 자연에 큰 영향을 끼치는 존재다. 꿀빨이새와 아프리카 원주민이 겉보기엔 목가적으로 서로 돕는 아름다운 관계를 맺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생태적 상호관계에 가깝다. 원주민과 자연의 공생은 우리가 짐작하는 그런 달콤한 방식이 아닌 생태조건에 오랜 기간 적응해 진화한 훨씬 더 정교하고 냉정한 형태임을 알 수 있다.

 

 

※ 위 칼럼은 관련 분야 전문가의 의견으로 재단의 사업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조홍섭> 조홍섭은 환경과 과학 분야에서 30년 가까이 통찰력과 이슈가 있는 기사와 칼럼을 써온 우리나라 환경전문기자 1세대이다. 깊이 있는 시각과 생명에 대한 따뜻한 감성으로 그동안 숨겨져 있던 자연의 비밀과 난해한 환경 문제들을 해석해왔다. 생태보전, 원자력발전, 4대강 개발 등 1980년대 이 후 급부상하는 환경 현안들을 취재하여 2005년 교보생명 환경문화상 언론대상을 받았다. 〈한겨레신문〉 환경생태 전문웹진 ‘물바람 숲ecotopia.hani.co.kr’을 운영하면서 생태학, 기후변화, 자연사 등 인간과 자연을 성찰하는 글을 쓰고 있으며, EBS 교육방송에서 〈하나뿐인 지구〉 를 진행했다. 著 자연에는 이야기가 있다(2014), 한반도 자연사 기행(2011)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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