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칼럼

황주환(경주시 안강여중 교사/‘학교는 왜 질문을 가르지지 않는가?’ 저자)

학교를 바꾸는, 진짜 질문

황주환(경주시 안강여중 교사/‘학교는 왜 질문을 가르지지 않는가?’ 저자)

기말고사 시험이 다가오자, 더 많은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졸기 시작한다. 더 총명하게 공부해야 할텐데, 매번 반대 장면이 펼쳐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학교 시험을 대비하는 학원의 수업 강도가 높아져, 자정까지 학원 수업에 과제까지 마치려면 새벽까지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변두리 읍에서도 입시 경쟁은 밤을 잊었다. 

 

어떤 모임에서 내 직업이 중등 교사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경쟁교육과 사교육 과잉을 비판하며 아이들의 인성을 염려한다. 이 진단에 나 역시 전적으로 동의한다. 어느 누가 이를 비판하지 않겠는가. 그러면서 대체로 이렇게 덧붙인다. 학교가 더 열심히 가르치고 인성교육에 좀 더 힘을 쏟아야 한단다. 나 역시 동의한다. 교사들은 더 열심히 가르쳐야한다. 학원 다니지 않는 학생을 기준으로 수업을 진행해야하며, 학교가 교과 학습만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하는 공동체 학습의 장임을 전적으로 인정한다. 그런데 그들이 내리는 처방은 대체로 이런 식이다. ‘학교가 잘 가르치면 사교육 경쟁이 줄어들고 학생인성도 향상 된다’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이에 동의하지 못한다. 교육을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 그들이 내리는 교육 해법이 내게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내 경험과 분석에 따르면, 그들은 잘못된 원인 분석에 따라 잘못된 처방을 내렸다. 오늘날 학교가 아무리 잘 가르친다 해도 사교육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학교가 말하는 인성이란 것도 사실상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입만 열면 교육문제를 성토하지만, 정확히 말하자. 한국사회에서 교육 문제는 입시문제, 그것도 대학입시 문제일 뿐이다. 학부모와 대중은 학교가 어떤 교육과정으로 어떤 인간상을 목표로 하는 지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자녀의 석차 등급과 (좋은)대학 입학 여부로 ‘교육의 성패’를 판단할 따름이다. 처음엔 나 역시 그랬다. 초창기 교사 시절 내게 교육이란 성적을 올리는 것, 즉 경쟁에 앞서는 것이어서 ‘다음에는 더 열심히 해서 1등 해보자’라며 학생들에게 학습을 독려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깨달은 것은, 한 아이가 1등을 하면 또 누군가는 1등에서 내려와야 하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것이다. 물론 1등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승리’한 것이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대부분 학생들은 항상 실패하는 교육이었다. 순서경쟁이 학교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모두가 열심히 하면 할수록 다람쥐 쳇바퀴 속도만 빨라지는 격이었다. 혹자는 이제 내신과 학생부 전형 입시로 바뀌어, 석차 경쟁이 학교의 모든 것은 아니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신등급과 학생부 성취를 위한 학교경쟁은 여전하다. 근래 크게 문제가 된 모여고 자매의 시험문제 유출 논란에서 보듯, 학교경쟁은 상시적이고 전투적이다.

 

 

그래서 ‘좋은 학교’가 되려고 전국의 모든 교사가 일대일 수준별 수업 등으로 모든 학생을 잘 가르친다 해도 (사)교육경쟁은 여전할 것이다. 소위 상위 대학은 ‘우수학생’ 선발을 위해서는 여전히 변별적인 혹은 차별적인 요소가 필요하다 할 테고, 학생들은 그 순서에 앞서기 위해서는 또 사교육을 찾게 되어 있다. 학교가 부모 경제력에 따른 사교육 지원을 받아, 순서 경쟁하는 전쟁터인 데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처럼 중등교육이 대학입시에 완전히 지배받는 구조에서, 교육경쟁 완화를 위한 그 어떤 정책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수업에 무책임한 교사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교사들이 더 열심히 가르치기만 하면 (사)교육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진단이야말로, 우리교육에 무지한 것이다. 또 혹자는 국가경쟁력을 위해 학교경쟁은 필요하다 한다. 도대체 학습경쟁으로 쓰러지는 초중등 아이들에게 국가경쟁력을 말하는 자들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국가경쟁력을 말하고 싶다면 차라리 대학경쟁력을 비판하거나 사회 부정부패와 노동생산성을 문제 삼는 것이 합리적이리라.

 

오늘날 지나친 학교경쟁은 한국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과 다름 아니다. 내가 자주 찾는 물리 치료실의 물리 치료사가 너무 자주 바뀌었다. 그러다 어느 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들의 임금과 근무상황이 너무 열악해 장기근무가 힘들다 했다. 외국과 달리 물리치료사의 치료실 개업을 금지한 법과, 의사에게 종속된 근무로 인해 전문성과 수익을 보장 받지 못한다 했다. 그러면서 “아이고, 학교 다닐 때 공부 좀 더 했어야 했는데... ”라며 탄식했다. 지금 자기가 힘든 것은 학생 때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결과인데 누구를 탓하겠느냐며, 정작 지금 자신의 노동조건과 권리를 주장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도 옛 석차에 머물며 자기 멸시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는 왜 지금 자기 노동의 가치를 주장하지 않고 오래전의 학교 석차만 계산하는 걸까. 그런데 이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학교 공부와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방식이지 않던가. “모두 똑같이 학교 다니고 똑같이 시험 친 결과야! 세상은 자기 한 만큼 받는 것이야”라며 이를 정당하다 한다. 학교에서 한 때 공부 좀 못했다고 평생 저임금과 가난에 묶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에서, 누가 학교경쟁에 먼저 올인하지 않겠는가.

 

우리 모두는 교육을 비판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하지 않는다. 우리의 교육 해법은 노동임금 구조의 개선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어느 사회나 교육이란 먹고 사는 다툼이지만, 한국 사회는 학력과 학벌에 따른 지나친 노동임금 격차가 학교 경쟁을 증폭시켰다. 노동임금이 상대적으로나마 공정한 사회가 교육 갈등이 낮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공정한 노동 임금과 사회 공공성이 확보된 사회는 경쟁 교육 대신 사회노동에 충실할 것이다. “엄마, 나는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아, 그냥 다른 일 하면서 살래”라며 학습경쟁을 벗어버리고 그냥 노동자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일한 만큼 공정한 대가, 즉 노동임금이 정직한 사회를 만들지 않고는 지금 교육경쟁을 완화할 수 없다. 한국사회의 지나친 교육경쟁은 학력과 학벌에 따른 부와 권력의 지나친 독점, 즉 부와 권력의 배분방식을 바꾸지 않고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결국 나는 공정한 사회를 말하는 것이다. 내가 만난 이 읍의 아이들도 새벽까지 열심히 하지만 왜 더 많이 실패하는지, 왜 가난한 부모를 둔 아이들이 먼저 실패하고 자주 쓰러지는지, 이것이 과연 아이의 문제일 뿐인지를 묻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모두가 교육을 비판하는데 왜 바뀌지 않는지가 항상 궁금했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노동임금이 공정한 사회란 각자의 이익이 다시 가감(加減)되는 사회일 테고, 지금 이익을 누리는 자들은 절대 원하지 않을 테다. 그래서 정확히 하자면, 지금 이 경쟁교육을 모두가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모두가 고통스러운 경쟁이지만 그래도 승리하는 이들은 변화를 원치 않는다. 그래서 질문을 한 발짝 더 내디뎌, 그들이 누구인지를 물어야 한다. 질문을 한 번 더 밀고 나가자. 그래야 이 고통스러운 증상의 뿌리에 닿을 수 있다.

 

질문을 멈춰서는 안 된다. 이제껏 학교에서 배운 것들,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한다는 가르침이 진짜인지, 가난한 부모를 둔 열아홉 살은 왜 구의역에서 삶을 마감하는 것인지, 책임과 열정으로 일해도 탄가루 자욱한 컨베이어 벨트에 말려 들어가는 사회가 공정한지를 깊이 생각해 보자. 교과서가 말하는 아름다운 사회란 누구의 사회인지, 공정과 정의를 교과서 밖으로 끌고 나가면 실제 누구의 이익이 가감되는지, 그 다음을 묻고 다시 묻는 이것이 학교를 바꾸는 진짜 질문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 위 칼럼은 관련 분야 전문가의 의견으로 재단의 사업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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