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칼럼

이건주(사법연수원 부원장)

어떻게 살 것인가 : 논어에서 배우는 삶의 자세

이건주(사법연수원 부원장)

I. 

“당신은 어떤 삶을 살려 하나요?”

“당신 인생에서 어떤 것들을 진정으로 가치 있게 여기나요?” 

너무 뜬금없는 질문인가요? 하지만 입시나 취업의 면접관, 혹은 친한 친구나 동료, 때로는 자신으로부터, 위와 같은 질문을 받을 경우가 있어요. 이때 여러분은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요?

 

생각은 행동을 결정하고, 행동은 습관을 만들며, 습관은 운명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삶에 대해 어떤 자세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에 따라, 우리의 행동과 운명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어요. 위대함과 평범함, 선인과 악인을 가르는 것도 사실 곰곰이 따져보면 어떻게 살고 무엇을 중요시할 것이냐에 대한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지요. 

 

인간은 역사 이래 끊임없이 이런 질문에 대답하려 노력해왔습니다. 철학, 역사, 문학, 종교 등의 인문학은 이에 대한 탐색과 답변의 축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물론 이거다 하는 정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전수되면서 사람들에게 읽혀온 각종 고전들은 이런 질문에 대한 탐색 과정에서 얻게 된 인류 공통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오늘은 동양고전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논어>에 담겨있는 지혜를 빌어 앞서의 질문에 대한 답을 모색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논어>가 어떤 책인지를 설명해야겠군요. 

 

<논어>는 오랜 동안 동양사회의 리더들에게 지혜와 영감을 주어온 최고의 베스트셀러입니다. 공자라는 위대한 사상가와 그 제자들 사이에 있었던 대화와 일화 중에서 후세에 길이 교훈이 될 만한 것들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동양 사회에서 2,500년 동안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그 정신적 바탕을 제공한 아시아적 가치의 기본 경전이라고 일컬어집니다. 리더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였고, 시험을 보는 관리 지망생들에겐 기본 수험서였어요. 세종대왕을 비롯한 모든 임금들과 이순신 장군을 포함한 문무 관료, 지식인, 예술가, 종교인 할 것 없이 모두 이 책을 읽고 익혔습니다. 한편, 공자는 신분에 관계없이 교육을 대중화한 교육자이자, 동양 윤리의 핵심 가치들을 정립한 위대한 사상가입니다. <춘추>라는 역사서를 저술한 역사가이자, 인본주의에 바탕한 정치적 이상을 현실 정치에서 펼치려고 노력하였던 정치가이기도 하였지요. 한마디로 인류 역사상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훌륭한 지도자이자 역할 모델입니다. 

 

<논어>에 담겨있는 공자의 말씀을 통해 위대한 지적 지도자인 공자가 말하는 훌륭한 삶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그의 인생의 핵심가치가 무엇이었는지를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공자가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2,500년이나 오래 된 옛날 사람 이야기에서 21세기를 사는 오늘날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느냐고요? 글쎄요, 판단은 오로지 독자 여러분의 몫입니다.  

 

II.

논어 첫 장 첫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동양고전들은 대체로 첫 구절에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논어도 예외가 아니지요. 옛 글임을 감안하여 문투에 구애됨이 없이 핵심 메시지를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명한 아래 구절을 함께 볼까요.  

   

배우고 때에 맞추어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니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너무 평범하게 들릴 수 있지만 꼽씹어 읽고 생각해볼수록 무릎을 치게 하는 감동이 있습니다. 위 문장에서 군자는 요즘 말로 리더, 혹은 훌륭한 사람 정도로 이해하면 좋습니다. 논어의 위 첫 세 문장은 논어 전편을 꿰뚫는, 훌륭한 리더의 핵심 덕성이자 바람직한 삶의 태도 세 가지를 요약한 공자의 선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즉, 끊임없는 배움과 지혜의 추구, 존중과 배려에 바탕한 열린 소통, 그리고 남의 평가에 연연해하지 않는 도덕적 당당함, 세 가지입니다. 더 줄여서 얘기하자면 배움, 공감, 윤리의 세 키워드입니다. 결코 고리타분한 개념들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차례대로 볼까요? 

 

첫째,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입니다. 배움을 좋아하는 것, 즉 호학(好學)의 정신은 공자 철학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부터 ‘옥불탁불성기 인불학부지도(玉不琢不成器 人不學不知道)’, 즉 옥은 쪼지 않으면 그릇이 되지 못하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길을 알지 못한다라고 했습니다. <논어>에서 배움이란 단순히 지식의 추구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지혜, 인간다움,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소명, 도덕적 역량, 인격 이런 것들을 모두 포함하는 것들에 대한 배움의 추구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내가 어떤 존재인지, 어떤 존재이어야 하는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성찰하는 삶을 중요하게 여긴 것은 동양과 서양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어떤 상황, 어떤 처지에서도 배우려는 태도를 가지면 그 상황의 무게나 어려움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을 새롭게 하고 주어진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들 수 있어요. 빈천한 환경에서 태어나 온갖 어려움을 겪고도 인류의 위대한 스승이 된 공자, 치욕스런 궁형을 받고도 만세의 귀감이 되는 불후의 역사책 <사기>를 남긴 사마천, 죽음의 그림자가 시시각각 다가오는 나찌 강제수용소 생활에도 불구하고 삶의 의미에 대한 역작 <삶의 의미를 찾아서>를 남긴 정신 의학자 빅터 프랭클 등 배움을 통해 역경을 영광으로 꽃피운 사례는 인류 역사상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 배움의 자세는 힘들고 괴로운 상황을 즐거움과 기회로 바꾸는 마법의 열쇠인 셈이지요. 

그러려면, 자신의 무지의 영역을 인정하는 겸손함과 열린 호기심, 그리고 배움을 향한 지속적인 성실성이 꼭 필요합니다. 논어에는 ‘현현이색(賢賢易色)’ 즉, ‘현명한 사람을 현명하게 대하고 겉모습을 중하게 여기지 마라’, 그리고 ‘견현사제(見賢思齊)’ 즉, ‘현명한 사람을 보면 그를 닮을 것을 생각하라’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모두 배움에 대해 강조한 주옥같은 구절입니다.   

 

둘째, 다른 사람과의 진정한 소통과 관계맺음입니다. 멀리서 벗이 찾아오게 만드는 소통력, 그것은 다른 사람을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인간답게 대하는 존중과 배려, 공감의 역량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논어>에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도 베풀지 말라’라는 말입니다. 진정한 소통의 기본이 어떤 것인지를 축약한 위대한 표현입니다. 어떤 학자들은 논어 전체에서 핵심 메시지 한 구절만을 뽑으라고 하면 주저 없이 이 구절을 선택할 정도로 유명한 구절이지요. 논어에는 ‘어질 인(仁)’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직접적으로 인을 정의하는 구절은 없지만, ‘어질다’, ‘사람답다’, ‘인간답게 대하다’ 등의 뜻으로서 모두 바람직한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한편, 논어에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맺음의 중요성이 폐쇄적이거나 사리사욕을 위한 끼리끼리 편짓기의 저급한 사귐으로 나아가는 것을 경계하는 말씀도 적지 않습니다. ‘화이부동(和而不同)’, 즉 ‘화합하되 일률적인 같음을 추구하지 마라’, ‘주이불비(周而不比)’, 즉 ‘두루두루 사귀되 좁게 편당 짓지 말라’, ‘성인지미 부성인지악(成人之美 不成人之惡)’, 즉 ‘다른 사람의 선한 점을 성장시켜주고 다른 사람의 악한 점이 커지게 도와서는 아니된다’라는 구절들이 있는데 잘 새겨보아야 할 것입니다. 

 

셋째, 남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스스로 당당하라는 요구입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서운해 하거나 화를 내지 않는 당당한 태도, 이것은 참으로 중요하지만 그냥 얻어지지 않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진다는 강한 책임감과 어떤 상황에서도 윤리적 결단을 할 수 있는 탄탄한 도덕성에 바탕한, 끊임없는 자기 수양 없이는 이루기 힘든 경지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덕성을 가질 때 진정한 리더로 거듭날 수 있고 내 삶을 한 차원 높일 수 있습니다. 

 

성내지 않는 이 불온(不慍)의 정신이야말로 군자적 덕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주변을 탓하지 않고 자신이 온전하게 책임지고 도덕적 결단을 할 수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진정한 용기도 필요하고요. <논어>에는 이에 관한 많은 가르침의 구절들이 있답니다.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즉 잘못이 있으면 그것을 고칠 것을 꺼리지 마라,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즉 잘못을 하고도 그것을 고치지 않는 것, 그것이 잘못이다. <논어> 뿐이 아닙니다. 또 다른 유명한 동양고전인 <맹자>에는 ‘궁즉 독선기신 달즉 겸선천하(窮則 獨善其身 達則 兼善天下)’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이 되면 홀로 나를 수양하고, 좋은 처지가 되면 세상과 더불어 세상을 이롭게 하리라, 즉 어려운 상황이든 좋은 상황이든 내가 삶의 주인으로서 최선의 도덕적 처신을 하겠다는 당당한 선언입니다. 

 

요즘 주변을 보면, 오래 전부터 내려온 훌륭한 가르침을 망각하고 남 탓, 상황 탓만 하는 소인배들이 정말 많습니다. 최근의 ‘흙수저’ 논란도 그래서 걱정되는 면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는 원하는 것을 얻기는커녕 자신을 보존하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돌아보아 잘못을 찾고 그것을 고치는 진정한 용기와 도덕성의 회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입니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다른 사람을 이기는 사람을 힘 있는 자라고 말하고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야말로 강한 자라고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을 극복하여 진정 용기 있고 강한 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III. 

<논어>에 보면 공자가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면서 나이 열 다섯에 지학(志學), 배움에 뜻을 두었고, 삼십에 립(立), 제대로 섰으며, 사십에 불혹(不惑), 즉 무엇에도 미혹되지 않게 되었으며, 오십에 지천명(知天命), 하늘이 준 사명을 깨닫게 되었고, 육십에 이순(耳順), 어떤 말을 들어도 화가 나지 않아 귀가 편한 단계에 이르렀으며, 칠십에는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도 결코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회고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호학, 자기 정체성의 확립, 미혹되지 않는 지혜, 나를 뛰어넘는 시대적 사명에 바치는 삶, 자기수양에 의한  평상심의 유지, 한결같은 도덕성 등이 공자 인생의 핵심가치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인생의 핵심가치를 무엇에 두고 있는가요? 사람마다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같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제대로 살아 갈 수는 없습니다. 위대한 인류의 정신적 지도자인 공자의 삶의 태도와 그의 인생 가치를 눈 여겨 보면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무엇을 소중하게 여길 것인가를 성찰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남이 혹은 남이 만든 기준에 따라 끌려 다니는 노예의 삶이 아니라 여러분 스스로가 주인이 되는 삶을 살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건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장, 대검찰청 과학수사기획관,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대전지검 검사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있다. 매주 월요일 새벽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모여 권위 있는 스승을 모시고 고전을 읽는 공부 모임을 여러 해째 계속하고 있다. 著 탈바꿈의 동양고전(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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