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칼럼

최하진(무비 큐레이터)

모든 사람에게는 따뜻한 심장이 있다 : 나는 누구의 사만다가 될 수 있을까?

최하진(무비 큐레이터)
▲ 영화 자전거 탄 소년 포스터  ©

 

드라마/벨기에 이탈리아/2011/12세 관람가

감독: 장-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출연: 토마 도레, 세실 드 프랑스 등

 

“뽀뽀해 줘...”

 

자신이 돌보던 아이가 범죄를 저지른 후에 돌아와서 용서를 빌 때 위탁모인 사만다가 한 말은 이 한 마디였다. 성동구치소와 서울소년원에서 재소자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나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고 했을 때, 그들은 하나같이 죄를 저지르고 돌아간 시릴을 사만다가 말없이 받아주는 이 부분을 골랐다. ‘왜 그랬느냐’라는 흔한 질문 혹은 비난 한 마디 없이 온전히 아이를 받아준 미용사 사만다, 그녀는 왜 시릴에게 그렇게 한없는 사랑을 베풀게 되었을까?    

 

“세상에는 빵 한 조각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도 많지만, 작은 사랑도 받지 못해서 죽어가는 사람은 더 많다. -마더 테레사

 

평생을 인도의 빈자를 위해서 헌신했던 마더 테레사 수녀님이 로마에서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는 뉴스를 보고 다시 사만다를 생각해본다. 그녀는 다르덴 형제 감독이 꿈꾸는, 우리 모두를 위한 성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벨기에 출신인 형 장 피에르 다르덴과 동생 뤽 다르덴은 시나리오, 연출, 제작을 공동으로 맡고 있으며 그동안 수십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그들의 관심은 대체로 사회소외, 실업, 빈곤 등 사회적 문제에 집중되어 있고 실제로 <로제타 Rosetta>(1999)는 청년 실업에 시달리는 벨기에 청년들의 삶을 그려냈다. 이에 벨기에 정부는 청년 실업 문제를 다룬 '로제타법'을 제정하게 되었는데, 영화 한 편으로 모든 여자들이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사우디아라비아의 <와즈다>처럼 영화가 세상을 변화시킨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된 것이다. <자전거 탄 소년>은 다르덴 형제가 그들의 영화 <아들L'enfant>(2002)의 홍보를 위해서 일본을 방문했을 때 우연히 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구상한 작품이다. 그들은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소년의 실화를 시나리오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사만다’라는 캐릭터를 생각해냈고 그것은 이 영화의 가치를 한 뼘이나 키우게 된다.

 

▲ 영화 자전거 탄 소년 中     ©

 

아빠로부터 버림 받고 보육원에서 지내는 11살 소년 시릴(토마 도레)의 꿈은 잃어버린 자전거와 소식이 끊긴 아빠(제레미 레니에)를 되찾는 것이다. 아빠를 만나기 위해 보육원을 도망친 시릴은 아빠의 옛 아파트를 찾아가지만, 자신의 소중한 자전거를 아빠가 팔아버렸을 뿐만 아니라 아빠가 자신을 버렸음을 알게 된다. 병원에서 시릴을  만나 그의 처지를 알게 된 미용실 주인 사만다(세실 드 프랑스)는 시릴에게 자전거를 되찾아 주고 아이의 제안을 받아들여 주말 위탁모가 되어주기로 한다. 그러나 시릴은 아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여 다시 아빠를 찾고 싶어 하고, 그런 시릴을 보며 사만다는 안타까워한다. 한편, 동네의 문제아로 알려진 웨스(에곤 디 마테오)는 시릴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고, 사만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릴은 웨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결국 범죄의 늪에 빠진다. <자전거 탄 소년>은 희망, 구원, 연민, 용서 등이 이 시대에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 가치인지를 보여주는 어른들을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희망과 구원에 대한 굳건한 믿음, 인간의 사랑에 대한 회복’

 

이런 평을 받은 영화를 통해서 구원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생각해본다. 사만다가 시릴을 도와주게 된 것은 아이가 그의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사만다가 보육원을 찾아가서 봉사를 하거나 선을 실천한 것이 아니라 그저 우연히 아이가 앞에 나타났고, 그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자신의 안에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서슴없이 아이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이 사실은 영화에서 중요한 가치가 된다. 시릴은 버림 받았고 외로웠으며 사랑에 굶주려 있었다. 시릴은 웨스가 하려는 강도짓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그의 청을 거절할 수가 없어서 그를 위해서 범죄에 가담한다. 그런 아이에게 사만다는 끊임없이 손을 내민다. 심부름을 다녀온 시릴에게 숫자 계산을 시키는가 하면, 자신과 아이 중에서 한 사람을 선택하라는 애인의 으름장을 듣고 시릴을 선택하는 등 사만다는 평범하고도 사소하지만 아이에게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을 준다. 그리고 범죄에 가담하기 위해 나가려는 시릴을 잡다가 아이가 휘두르는 포크에 팔이 찔린 채 보육원에 전화를 할 때도 사만다는 그저 눈물을 흘릴 뿐, 화를 내지 못한다. 그런 사만다의 모습을 보고 관객들은 비슷한 질문을 했다. “왜 사만다가 시릴을 도와주는지 궁금해요.”라고 말이다.

 

▲ 영화 '자전거 탄 소년' 中     © 

 

나는 사만다가 시릴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녀 안에 내재된 모성이라는 본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비에 젖은 작은 새와 같은 모습으로 자신의 품으로 들어온 시릴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것, 그것은 연민보다도 큰 인간의 본성이라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의 영화 <누들>(2007) 속의 스튜디어스 ‘미리’도 이방인 꼬마 누들을 만나서 여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삶을 깨닫게 된다. 브라질 영화 <중앙역>(1998)의 노처녀 ‘도라’ 역시 고아로 남겨진 죠슈아를 인신매매단에 넘기기까지 하지만 결국에는 아이의 아빠를 찾기 위해 함께 긴 여행을 하면서 그녀는 사랑과 심장을 회복하는 인간으로 돌아온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홀로 남겨지거나 사랑을 잃고 외로움에 빠진 꼬마 아이들을 도와주면서 오히려 자신들의 삶이 바뀜을 깨닫는 것이다. 사만다 역시 처음에는 시릴에게 연민으로 다가갔겠지만 차츰 아이와 함께 하면서 알 수 없는 따뜻함과 책임감, 그리고 ‘함께 사는 가족’으로서의 무게감을 느꼈을 것이다. 아울러 시릴을 도와주는 동안 사만다의 삶에도 변화가 생긴다. 지하창고에 넣어두었던 먼지 쌓인 바비큐 기계가 시릴 덕분에 세상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결국 사만다가 시릴을 일방적으로 도와준 것이 아닌, 그들은 동반성장을 이룬 셈이다. 누가 누구를 구원하는가, 하는 문제는 결국 나와 네가 ‘우리’가 되었을 때 구원이 가능하다는 말도 된다.

   

이 세상에 연민과 용서가 없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 가운데 누구나 사만다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세상을 전부 바꿀 수는 없어도 적어도 한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그녀가 있는 한, 세상은 살만한 곳이 될 것이다. 선을 베푼다는 것은 그리 대단하거나 거창한 일이 아니다. 나에게 바람이 스쳐가듯 그런 기회가 왔을 때 기꺼이 내 작은 손을 내미는 일, 그것이 바로 우리가 실천하고 행하고 얻을 수 있는 구원의 이름이다. 그리고 사랑을 받은 그들이 세상으로 나가서 다시 희망의 증거가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존재하는 기쁨을 깨달을 것이다. 

 

<최하진> 책과 영화에 의지한 채 지나온 시간이 꽤나 오래되었다. 어른이 되었을 때,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더니 아이들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었다. 한참을 걷다보니 아이들과 영화로 만나고 싶었고 더 나아가 주민들과도 소통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무비 큐레이터가 되었다. 서초구 심산문화센터 내 ‘심산예술영화관’에서 무비 큐레이터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 상영 및 해설을 맡고 있으며 문화체험학습 《청소년을 위한 영화》를 진행하고 있다. 著 영화가 부모에게 답하다(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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