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칼럼

이화식(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조교수)

교육복지 차원에서 소년원 학교 접근

이화식(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조교수)

 

교보교육재단의 2019년 인성교육 현장연구사업에 나의 제안이 선정되어, 안양에 위치한 소년원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에 적용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래서 그 곳을 생각하니 “선생님, 저 정말 힘들어요.”, “선생님, 제가 다시 사회에 적응할 수 있을까요?”라고 예전 나에게 보람과 좌절을 함께 안겨 주었던 원생들의 음성이 귓가에 생생하게 떠오른다. 더불어 내가 한계에 직면할 때마다 나의 모자람을 채워주고 지지해주었던 동료교사들의 얼굴들도 그려진다. 

 

나는 일반 중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던 중 비행청소년 교육에 관심이 있어 소년원학교로 옮겼었다. 지금은 기회가 되어 교육대학원에서 교사 양성 및 재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일반중고등학교와 소년원학교에서 근무했던 경험, 그리고 현재 대학에서 교사를 양성하는 입장에서 소년원학교의 건설적 발전을 위한 방안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하고자 한다.

 

우선 일반 학교와 소년원 학교 교사 간 인적 교류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양 기관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나의 교육적 역량을 향상시키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일반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시절, 매일매일 다양한 한계에 직면했다. 수업에 잘 참여하지 못하는 학습부진 학생에 대한 교과지도, 혹은 학교나 가정, 또래 집단에서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는 문제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 등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과 맞닥뜨릴 때마다 교사로서의 보람보다는 나의 부족함에 좌절하고 위기를 느꼈다. 

 


그런데 소년원 학교로 옮겨서 비행 청소년들과 함께 한 이후, 역설적으로 학업이나 생활에 문제를 가진 아이들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되고 더 잘 교육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미루어볼 때, 일반학교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어떤 형태로든 소년원 학교를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년원 학교에서 목격하게 되는 다양한 사례, 그리고 얻게 될 경험들이 일반 중고등 학교의 현장교사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또한, 소년원 소속 교사들은 비행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게 된다. 그렇다보니 일반 청소년을 포함한 청소년 계층 전체에 대한 인식이 정형화될 수 있으며, 교사 개개인의 교육적 역량이 소진되는 현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물론 단일 특성으로 이루어진 학생 집단을 대상으로 교육을 담당하는 것은 교사의 전문성이 향상된다는 장점도 있지만,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지극히 형식화 되거나 열정이 떨어질 수 있다. 일반학교와 소년원학교 사이에 인적 교류는 이러한 문제점을 일부 해소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다음으로 일반 학교와 소년원 학교가 밀접한 체제적 연계를 갖추었으면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소년원 학교의 교육적 측면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학교는 교육부 소속이므로 교육을 중시하고, 소년원은 법무부 소속이므로 교육과 함께 감호와 보호적 측면을 강조한다. 현재도 소년원 학교와 지역교육청의 협력이 잘 이루어지고 있고, 기초학력에 대한 교육, 검정고시, 직업훈련을 위한 기능교육 등에서는 성과를 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수준에서 몇 단계 더 나아가, 원생들의 성찰을 통한 성장에 관심을 가지고 더 많은 교육적 지원을 해야 한다. 서글프게도, 소년원 원생의 가정은 대부분 사회소외계층이며 이는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머튼의 아노미이론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아노미이론은 문화적 목표와 제도적 수단의 불일치로 인하여 비행이 발생한다고 본다. 성공을 추구하는데 있어 안정적인 가정환경의 청소년은 일정 수준 이상의 노력으로도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만, 하층 청소년들은 어려운 환경으로 배움이 약하여 좌절을 겪게 되며 그 과정에서 비행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려운 가정적 배경을 가진 소년원 아이들이 위법 행위를 멈추는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건강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성장하며 자신의 꿈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는 곧 교육복지가 이루어지는 사회, 꿈과 희망이 있는 공정한 사회의 실현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감호 및 보호적 측면보다는 교육적 측면으로의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행청소년에 대한 인성교육의 방법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 물론 소년원 학교는 인성 특성화 학교로서 교육과정 중 많은 시간들이 배정되어있다. 하지만 인성교육의 핵심은, 바로 일반교육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소년원 학교는 교과교육과 인성교육이 분리되어 있으며, 이러한 구분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보통교육이나 직업교육 과정 안에 인성교육이 스며들어야 한다. ‘교육하는 수업’ 속에서 자연스럽게 인성 또한 함께 함양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환경이 구축된다면, 일반교육을 제대로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인성함양 또한 달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는 소년원학교에서 근무하던 도중 개인적 사유로 그만두게 되었다. 학급에서 유난히 나를 잘 따르던 원생 한명이, 그만두기 일주일 전부터 교무실 바깥으로 찾아와 종일 울었다. “선생님, 저 꼭 밖에 나가면 열심히 공부해서, 선생님 같이 좋은 선생님 될 거예요. 그때 또 만나요”하던 말이 기억난다. 그리고 그 원생은 때가 되어 퇴원을 했고, 사회에 적응해가던 소식을 간간히 전해주었는데 새로운 꿈을 키우는 게 너무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사회적 시스템이 제대로 구동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소년원 원생들이 퇴원 이후 다시 비행을 저지르는데, 이것이 과연 그 원생만의 잘못인가라는 반문을 하게 된다. 그 아이들은, 우리 공동체의 취약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증명이 아닐까? 

 

이제 소년원학교는 단순히 벌을 받는 곳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어떠한 학교들보다도 더 많은 관심과 교육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소년원 학교 학생 또한 학교의 울타리 안에서 교육 서비스를 받아야하는 대한민국의 청소년이다. 청소년 교육을 책임져야 할 교육부가, 빈곤 혹은 폭력 등의 사회문제로 일탈할 수밖에 없었던 이 아이들의 교육에 무관심한 현실이 아쉽다. 법무부와 교육부, 양 기관의 굳건한 협력을 통해 소년원 원생과 교사들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소년원이라는 공간이, 나의 꿈과 끼를 키우고 싶지만 주변 환경 탓에 꽃 피우지 못하는 청소년들까지 자발적으로 입원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그곳에서 비행청소년과 일반청소년들이 함께 어울려 마음껏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위 칼럼은 관련 분야 전문가의 의견으로 재단의 사업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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